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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필요한가?" 국가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다. 서구의 정치철학자들은 근대 이후 국가가 태동하는 시기에 이 질문에 합리적인 답을 찾고자 했다. 예컨대, 홉스는 개인의 생명을 보존하는데서, 로크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는데서, 루소는 시민의 일반의지를 실현하는데서 국가의 정당성을 찾았다. 국가는 안전의 측면에서 공공질서를 유지해야 하고,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 개인의 사유재산과 민주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헤겔이 제시했듯 국가는 근대 이후 등장한 시장의 영역을 관리해야 한다. 시장은 노동과 소비, 생산과 자본, 기업과 과학기술로 점철된 영역이다. 국가는 시장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
사실 개인의 자유 실현이 현존하는 국가의 존재 의미이자 정당성이다. 개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것, 민주적 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일반의지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 시장에서 노동, 임금, 소비를 통해 개인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 시장과 자본에 의해 발생한 격차를 해소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삶의 기초를 제공하는 복지를 구축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개인의 자유 실현에 관련되어 있다. 국가는 이렇게 다양한 차원에서 개인의 자유를 실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며 그 존재 의미와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획득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어떤가? 우리는 지난 70년간 국가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국방과 법질서가 확립되어 개인의 생명과 사유재산이 보장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시장에서 개인의 욕구와 욕망이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충족되고 있다. 민주화로 공정한 선거와 대의민주주의가 확립되었고 시민의 정치참여가 확대되었다. 건강보험과 공교육 체제도 확립되어 복지국가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K-Pop과 한류, 최첨단 IT 기술은 국가적 자부심이 되었다. 안보, 정치, 경제, 복지, 문화, 기술의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존재적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은 어느 정도 자유롭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일까? 분단은 고착화되어 안보불안이 상존한다. 개인화는 자유의 한 측면이지만 그로 인해 원자화된 개인은 분절된다. 차이를 인정하지만 진정한 경청에 의한 존중이 없다. "너와 나는 달라. 이제 끝.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대부분 여기까지다. 다름으로부터 시작되는 진솔한 대화는 없다. 포용과 연대가 없다. 갈등과 배재만 있을 뿐이다. 나아가 인구는 급감하고, 노령화는 심각하며, 경제성장도 멈추어 청년은 일할 곳이 없다. 수축하는 인구와 시장, 고용의 상실은 ‘뉴노멀(new normal)’이 되어버렸다. 고용의 축소를 가속화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지만 사회적, 기술적 혁신은 부족하다. 특히 영화 ‘기생충’이 보여주듯 한국은 소득격차와 교육격차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격차사회가 되어버렸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는 대한민국이 확보해온 국가적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과거를 변증법적으로 지양(aufheben)하면서 한국사회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발전경로에서 생긴 부정적 부산물을 해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동안 추구해왔던 개인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시장과 기술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사회, 격차사회, 위험사회, 분절사회를 치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모두가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서 혁신적 포용국가는 정당성을 찾는다. 우리에게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동시에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불안, 격차, 위험, 분절의 해소가 필요하다. 즉,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국가는 과거의 정부가 추구해온 국가패러다임을 지양하며 혁신과 포용의 창출하는데서 자신의 새로운 정당성을 찾는 혁신적 포용국가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끝임 없이 혁신과 포용이 일어나도록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혁신과 포용은 어떻게 창출되는가? 그 둘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의 획일적이고 반복적인 암기식 교육과 입시에서는 혁신의 모태인 다양성과 창의력이 확보될 수 없다. 입시부터 서술형과 구술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고등학교는 IB교육과정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가서 배우고 싶은 학교가 되어야 한다. 보편적 가치, 양심, 사실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면서 포용하고 연대하는 시민성을 길러주는 민주시민교육이 학교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부터 바뀌지 않으면 혁신적 포용국가는 실현되기 어렵다. 혁신과 포용은 인간이 하는 것이고, 혁신적-포용적 인간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적 포용국가의 정당성은 혁신과 포용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정책으로 확보된다.
[칼럼=경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장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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