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황소상.(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은행, 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퇴직연금 제도를 잇따라 개편하고 있는 데다 연금시장은 한 번 고객을 유치하면 중장기적으로 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 이에 국내 금융권은 수수료 인하, 자산관리 서비스 등 각종 무기들을 앞세워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시행될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제도) 등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수수료 면제 파격’ KB금융, 퇴직연금 전사적 역량 집중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 은행을 가리지 않고 퇴직연금 시장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곳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올해 5월 자산관리에 특화된 WM 그룹에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해 은행, 증권 등 각 금융계열사들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했다.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금융권 최초로 은퇴 이후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가운데 55세 이상의 연금수령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연 0.1%)를 전부 면제하는 파격 카드를 앞세웠다. 연금을 수령한 고객들은 이미 퇴직한 상태이거나 고정적인 수입이 없을 가능성이 큰 만큼 조금이라도 노후 자금에 보탬이 되기 위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누적 수익이 0 이하인 고객에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를 통해 고객별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KB증권 역시 조만간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를 신설해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연금 상품에 손실이 발생하면 수수료를 감면하는 식의 수수료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KB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은퇴 등 실제 고객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자산배분을 하고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한 신상품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우리은행, 자동환매-포괄적 운용지시 등 전방위 수익률 관리
우리은행도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노후자산을 증대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포괄적 운용지시’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포괄적 운용지시란 특정 상품을 넘어 상품군, 상품만기, 운용비율 등 운용방법을 지시해 고객이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으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 ‘퇴직연금펀드 자동환매 서비스’를 도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고객들은 펀드 가입시 설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거나 정해놓은 손절 구간에 진입했을 때 펀드가 자동으로 환매돼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다.
|
▲주요 금융사 퇴직연금 사업 특징.(자료=각사) |
◇ 미래에셋대우 필두 삼성, NH투자증권 등 수수료 경쟁 ‘활활’
증권가에서도 퇴직연금 수수료를 앞다퉈 인하하면서 ‘군살빼기’에 집중하고 있다.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6월 확정급여형(DB)의 수수료율을 구간에 따라 최대 30%로 인하하고, 퇴직연금 장기가입자를 위한 장기할인율도 최대 5%포인트 상향해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또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비대면으로도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예금,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등 각종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점이나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건 없는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연금은 곧 고객 신뢰와도 직결됐기 때문에 한 번 유치한 고객들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삼성증권 퇴직연금 홈페이지.(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쳐) |
삼성증권은 올해 7월 말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IRP, 개인연금 등 연금계좌를 손쉽게 개설할 수 있는 ‘3분 연금계좌’ 시스템을 오픈해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오픈한 이후 삼성증권의 IRP 잔고는 지난달 말 기준 1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지점 방문 없이 비대면 계좌를 통해 유치한 IRP 계좌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급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IRP 내에서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며 "퇴직연금 고객들은 31개 저축은행 예금을 온라인으로 매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는 퇴직연금 수수료를 기존 0.43%에서 다음달 중 추가로 인하한다. 또 IRP 수익률이 4년 기준 손실을 기록할 경우 펀드 잔고에 비례해 운용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9월 말 연금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금영업본부 산하에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신설했다. 더 나아가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다음달 중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한다.
이렇듯 증권가에서는 고객 유치는 물론 우수한 수익률로 트랙레코드를 축적해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OCIO(외부위탁운용)’ 시장에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연금시장은 매년 20조원씩 성장하는 반면 우리나라 금융상품은 각종 금융사고와 증시 부진, 저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연금 시장은 매년 20조원씩 커지고 있는데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나 디폴트옵션 등이 도입되면 OCIO 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객 유치 등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172조원으로 2년 전(137조원)보다 25.5% 불었다.(자료=금융감독원) |
◇ "다양한 금융자산 편입 ‘수익률 제고’ 관건"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수수료 인하’는 물론 ‘수익률 제고’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연금시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포트폴리오 안에 해외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다양한 금융자산을 편입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채권 이자율이 좋고 주식시장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반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증시가 계속해서 횡보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익률을 제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이같은 환경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인하는 물론 해외자산 비중을 확대해 다른 금융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172조원으로 2년 전(137조원)보다 25.5% 성장했다.
![[머니+] 비트코인 시세 9만달러대로 추락…예금 이자보다 못하는 ‘연 상승률’](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17.75f0f9d5815947a9854992ea3467e538_T1.png)







![[특징주] “반도체 투심 돌아온다”…삼성전자·하이닉스 강세](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17.7c2e2051d6c84cbab1883276615dec5a_T1.jpg)
![[특징주] ‘정밀 광학 시스템’ 그린광학, 코스닥 상장 첫날 ‘따블’](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17.08b7cd615ad94d239b9dbf5d14b06ed4_T1.png)
![[EE칼럼] 국가탄소감축정책, 이상적 계획과 현실적 실행 사이](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40311.b55759f13cc44d23b6b3d1c766bfa367_T1.jpg)
![[EE칼럼] 동맹과의 협력으로 우리의 차세대 원자로를 확보하자](http://www.ekn.kr/mnt/thum/202511/news-a.v1.20241125.4f51277781ad48c48c0b87cbe468680f_T1.jpg)
![[신연수 칼럼] 기후변화 대응, 더는 후퇴하지 말자](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11.d106b5fa7dae4b1b8bb0b2996cdd827a_T1.jpg)
![[이슈&인사이트] 흔들리는 원화와 다가온 민생의 겨울](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41210.66d6030414cb41d5b6ffd43f0572673e_T1.jpg)
![[데스크 칼럼] ‘깐부 동맹’이 열어야 할 구조개혁의 문](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16.d11a19261b0c49eb97aefc4b006b8d2c_T1.jpeg)
![[기자의 눈] 이재명 대통령式 발전공기업 통폐합의 미래는?](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17.59e695c5fd414117bc0412404c69a963_T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