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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 펀드' 열풍, 자산운용사들 관련 펀드 출시 검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29 17:05

국내 운용업계 소부장 펀드 출시 저울질..하반기 윤곽
文 대통령 이어 정치권-NH 계열사도 펀드 가입 동참
역대 대통령 가입펀드 수익률 고공행진...기대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사진=농협금융지주)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주식형 펀드는) 판매 보수, 운용 보수를 줄여서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고 수익 절반은 소재 부품 장비에 지원하기로 했다. 아주 착한 펀드다." (8월 26일 농협은행 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

최근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가 문재인 대통령의 가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펀드를 출시하기 위해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올해 10월께 반도체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를 고려 중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관련 펀드 구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반도체' 관련 펀드 검토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오는 10월께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나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새로운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로 국내 기업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 산업 투자에 드라이브를 거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부 정책을 떠나 투자 시점으로서도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한BNP파리바는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들을 골고루 편입하면서 NH-아문디의 ‘필승코리아 펀드’ 등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분야의 경기 회복을 고려한 새로운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며 "아직 구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것은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국내 증시에서 새로운 테마로 떠오른 ‘소부장’ 관련 펀드 상품 출시를 고려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으나, 소재와 부품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NH-아문디가 ‘선점’한 펀드, 보름새 376억원 자금몰이

▲NH투자증권은 29일 NH투자증권 본사 4층 NH아트홀에서 본사 부서장을 중심으로 ‘NH-Amundi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는 행사를 가졌다. 본사 부서장들이 행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이처럼 다른 운용사들이 국내 소재·부품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고심하고 있는 것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내놓은 ‘필승코리아 펀드’가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26일 생애 처음으로 가입한 금융기관 펀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가입 과정에서 "주식, 펀드 경험이 있었습니까"라는 직원의 질문에 "일절 없었습니다. 주식, 펀드는 다 처음입니다"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계열사 사장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필승코리아 펀드가 공식 출시된 이달 14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직접 가입하며 필승코리아 펀드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종훈 경남교육감, 김영록 전남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구본영 천안시장, 오세현 아산시장, 윤화섭 안산시장, 허성무 창원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가입도 이어졌다. 이에 힘입어 이 펀드는 출시 보름만에 무려 376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SDI, 솔브레인, 후성 등 50여개 종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주와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대형주를 동시에 담아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운용보수 0.5% 가운데 절반인 0.25%로 공익기금을 조성해 부품, 소재 장비 관련 대학교 등에 장학금으로 활용하는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 판매 보수, 운용 보수를 기존 주식형 공모펀드 평균인 0.7~0.8%보다 낮춰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이 수익의 절반은 소재, 부품 장비에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유사한 펀드 출시를 검토했지만, NH-아문디가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다른 회사들이 출시 계획을 미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NH-아문디(Amundi)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뒤 김광수(맨 왼쪽) 농협금융 회장과 이대훈(맨 오른쪽) 농협은행장 등 임직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금융지주)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가입한 펀드들의 성과가 좋았다는 점도 필승코리아 펀드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현대투자신탁이 출시한 ‘경제살리기 주식 1호’ 펀드에 가입해 70%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7월 코스닥 편입 비중이 높은 8개의 주식형 펀드에 8000만원을 분산 투자해 30%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12월 금융위기 때 적립식 인덱스 펀드에 가입해서 20%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또 다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펀드를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입했으니 운용사에서 보다 신경써서 가입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한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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