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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게임, 日생존법①] 장점을 살려라…유행 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29 11:04
국내 게임기업에 있어 일본은 무척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 북미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시장으로 꼽히는 빅마켓인데다가, 이용자들의 평균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특유의 폐쇄성 탓에 외산게임들에겐 ‘무덤’으로 통하는 곳도 바로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 최근 한국산 모바일게임들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강하면서도 정확하게 현지 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시장에서 살아남은 한국 게임들의 열도 공략법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日 생존기…유행 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
② 불모지 뚫어낸 넥슨·넷마블의 2社2色 
③ [인터뷰] 넷마블재팬 엔도 유지 대표
④ [인터뷰] 넥슨재팬 김기한 모바일사업본부장


[도쿄(일본)=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이 한국 게임사들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여전히 콘솔이 득세를 이루고 있는 시장이지만 모바일 플랫폼의 확대, 특히 최근 한국게임들의 특화 장르인 RPG 시장 성장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의 일본 내 세 불리기도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변화가 한국 게임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日구글플레이 매출 100위, 국내게임 9종 포진

▲게임강국 일본 내에서도 게임 성지로 통하는 도쿄 아키하바라.


최근 국내 게임들이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잇단 낭보를 전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때는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일본에서 다수의 국산게임들이 연거푸 흥행 반열에 오르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모바일 앱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의 일본 구글플레이를 살펴보면 28일 현재 무려 9개에 달하는 국내 게임이 현지 매출순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8위)’를 비롯해 지난 26일 선보인 신작 ‘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17위)’, ‘세븐나이츠(78위)’까지 총 3종을 100위 안에 안착시켰다. 이 외에도 중소개발사 베스파의 ‘킹스레이드(11위)’와 컴투스의 ‘서머너즈워(37위)’, 넥슨 ‘오버히트(65위)’,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81위)’, 펍지 ‘배틀그라운드(95위)’, NHN플레이아트(NHN엔터) ‘나침반(98위)’ 등도 외산게임 불모지 일본에서 선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한 넥슨 일본법인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매출 탑 100에 든다는 것은 한국 매출 탑10과 맞먹는 수준의 결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본은)시장 규모 자체가 한국을 크게 뛰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본에서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가 소폭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오히려 1인당 과금 액수는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곧 캐주얼 장르 게임에서 미들코어 이상으로 시장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흐름엔 한국게임들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며 "특히 ‘히트’와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일본에서 각각 액션 RPG, 그리고 MMORPG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앞으로 이 장르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이 일본에서 더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미 넥슨은 ‘히트’와 ‘오버히트’를 통해 쌓은 일본 내 RPG 경험을 기반으로 RPG와 MMORPG 등 중량감 있는 일본향 게임들을 준비중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일본 MMORPG 시장에 가장 먼저 안착한 넷마블재팬도 이미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특히 차기 MMORPG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엔도 유지 넷마블재팬 대표는 "‘리니지2 레볼루션’ 등장 이전까지 MMORPG는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은 아니라는 평가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리니지2 레볼루션’ 서비스 전과 후로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면서 "일본에선 이미 넷마블은 MMORPG에 강한 회사라는 입지를 구축했고, 내부에서도 향후 준비중인 ‘테라M’, ‘세븐나이츠2’ 등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점 살린 틈새전략…日 열도 홀려

▲작년 8월 일본 현지에서 열린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론칭 쇼케이스. (사진=넷마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약 9600억 엔(약 9조8000만원)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약 5조 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대형 마켓이다.

또 일본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도 덜한데다가 한 번 인기를 얻으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언제든지 지갑도 흔쾌히 여는 것도 바로 일본의 게이머다.

한국 게임기업들이 일본을 뚫어낸 해법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한편 콘텐츠는 현지시장에 맞게끔 A부터 Z까지 뜯어 고친 로컬라이징(Localizing, 현지화) 작업이 꼽힌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일본 내 유행과는 결은 조금 다르더라도 현지 게이머들이 입맛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찾아냈고, 점차 자신감도 붙어 나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별도의 개발조직과 운영인력 등을 구성해 일본 맞춤형 시스템과 그래픽 적용하고, 현지 유명 성우도 기용하는 등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넷마블과 넥슨은 해당 지역 특성에 따라 게임을 리뉴얼하는 ‘멀티 빌드’ 전략을 구사, 게임플레이 방식부터 그래픽, 캐릭터 설정, 과금 전략 등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리니지M’으로 일본 공략을 준비중인 엔씨재팬 또한 일본 버전은 현재 국내와 대만에서 서비스중인 ‘리니지M’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게임으로 재구성중이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마케팅 집행이 어려운 중소형 게임사들의 경우엔 게임 콘텐츠에 보다 집중하는 한편 이용자 친화정책을 통해 현지 게이머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세계 3대 게임시장으로 꼽히지만 수출입보다는 자국게임을 자급자족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컸다"면서 "그런데 최근 한국게임들이 험지 일본에서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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