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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무엇이 문제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30 10:21

산업계 "온실가스 추가 감축 수조원 써야" vs "수정안도 느슨·탄소배출 절감방안 많아"

▲지난 28일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을 내놓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석유화학·철강 등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던 온실가스 감축량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해결하기로 하면서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량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지난달 28일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을 내놓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석유화학·철강 등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던 온실가스 감축량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해결하기로 하면서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량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약을 맺을 때 우리나라는 현상황으로 가면 2030년 8억5000만톤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이보다 37%를 줄여 5억3600만톤만 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배출량 감소분의 25.7%(2억1800만톤)는 국내에서, 나머지 11.3%(9600만톤)는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해외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들이거나 해외 협력사업을 통해 감축하는 게 어렵게 된 것이다. 해외 감축분을 1.9%(1600만톤)로 낮추고 국내 감축분을 32.5%(2억7600만톤)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감축분도 기존 5700만톤에서 4200만톤 늘어난 9900만톤으로 증가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해놓은 총배출 허용량의 범위에서 개별기업에 할당하는 배출허용량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소에서 이를 거래할 수 있다. 기업들은 배출허용량을 준수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출량을 감축할 의무를 갖는 한편, 배출권이 부족한 경우 배출권이 남는 기업이 시장에 내놓은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해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다. 3년 단위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발전·석유화학·시멘트 등의 업종을 위주로 한 524개 업체들에 총 5억3900만톤의 탄소배출권이 100% 무상 할당됐다. 1차 계획기간이 종료되고 문재인 정부는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591개 기업 총배출허용량을 5억3846만톤으로 확정했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 참여기업이 과거 실적을 토대로 제출한 예상 배출량 6억3217만톤의 85.2% 수준이다. 1차 계획기간 때 100% 무상으로 할당됐던 것과 달리 2차 계획 기간때는 97% 무상할당, 2021년 시작되는 3차 때는 90% 정도가 무상할당될 예정이다.

100% 무상으로 받던 배출권 기업들은 올해부터 부족분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업의 비용부담이 증가한다. 산업계에선 탄소배출권 구매에 매년 4조5000억원 가량 추가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마저도 시장에 공급량이 있을 때 가능한 금액이고, 배출권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치솟으면 2조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할 가능성마저 점쳐 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8일 ‘2030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자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은 급등했다. 올 들어 줄곧 톤당 2만2000원 전후에 머물렀던 가격은 29일 2만7000원으로 뛰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배출권 1400만톤 가량을 예비분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전체 감축량보다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과징금은 통상 배출권 거래 가격의 3배에 달한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설비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와 관련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 공장 대부분이 고효율 첨단설비를 갖춰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은 어렵다"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걱정이 많은데 탄소 비용까지 급증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씨피이셀(CPE Cell) 유재수 사장.


반면 CDM(청정개발체제), 탄소배출권 거래사업 등을 하고 있는 씨피이셀(CPE Cell) 유재수 사장은 "탄소 배출량으로 한국은 세계 7위인데 국제사회에서 봤을 때 한국은 탄소배출 ‘악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온실가스 로드맵도 너무 느슨하고 안일하게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유 사장은 "하이브리드 가로등, 소형 풍력 발전기, 솔라 라이팅 시스템, 폐열회수 이용설비, 차압터빈시스템, 인버터, 고효율 조명, 고효울 가스히트펌프, 목재펠릿 연료전환 등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며 "발전사, 공공단체, 중소·중견기업, 지자체, 가정 등에서 탄소를 절감시켜 배출권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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