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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현재 국회 산업위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대규모점포의 영업 및 진입규제를 강화 관련 법안)이 무려 29건이나 계류되어 있다. 이쯤되면 국회가 한국 유통업을 망가뜨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복합쇼핑몰에 0∼10시 영업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지자체가 상업보호구역 지정, 대규모점포 개설 제한, 현행 대규모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 등이다. 상당히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이들 법률안이 통과되면 한국 유통업계를 고사(枯死)시킬 후폭풍이 예상된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출점 및 의무휴업 규제는 일찌감치 5년 전에 도입됐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61.5%는 이러한 규제의 폐지ㆍ완화를 희망하고 있으며,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은 일요일 의무휴업제도에 대해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대형마트 규제로 소비자들만 불편하고 짜증스럽다.
전통시장 매출액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2015년 21.1조원으로 규제 전인 2011년 21.0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전통시장에서 고객 1인당 지출하는 소비금액도 감소 추세이다. 모바일·온라인 쇼핑과 편의점 매출만 다소 늘었을 뿐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가 오히려 주변 상권의 침체로 연결됐다. 그래서 도리어 지역주민들이 서울 마포구 롯데 복합쇼핑몰, 경기도 부천 신세계 백화점, 부산시 연제구 이마트타운 같은 대규모점포 입점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죽을 지경이다. 규제 이후 매출액이 급감했다. 2016년 중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3사의 매출액은 규제 시행 전인 2011년 매출액의 85% 수준에 불과했고 수익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하면서 납품업체ㆍ산지유통업체 등 협력업체의 피해도 심각하다.
본래 유통은 고용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업종별 GDP에서 7.5%를 차지하여 최고수준이며, 고용비중도 14.2%로 전체 산업평균(4.8%)의 3배 수준이다. 1개 대형마트 신설은 약 200명의 지역 고용 증가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유통업 규제 강화는 실업률을 증가시킬 것이 뻔하다.
한국 관광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쇼핑이다. 복합쇼핑몰, 아웃렛 등의 대규모점포가 해외 관광객의 소비, 관광 및 문화 체험의 거점 역할을 한다. 이들의 주된 쇼핑 장소로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이며,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항목별 지출경비(문체부, 2016년)를 보면 전체 여행경비의 거의 반인 839달러를 쇼핑에 썼다. 현대의 유통업은 엔터테인몰 카테고리 킬러다. 스타필드와 롯데월드몰이 그 예이다. 단순히 구멍가게 수 십 개를 합쳐놓은 게 아니란 말이다.
대규모 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반 헌법적 조치이자 규제의 끝판왕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진입 규제가 아예 없거나 기존 규제를 완화 중인데, 한국은 거꾸로 간다. 2016년 매출액 기준 한국 유통 소매기업 상위 200개사의 전체 매출은 128.4조원으로 미국 유통기업 Costco 1개사의 매출액 137.8조원에도 미달한다. 월마트 연간 매출은 한국 롯데쇼핑의 매출은 19.1배에 달한다(2017 Fortune Global 500). 세계 주요 유통기업은 24시간도 모자라게 뛰고 있고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규제완화로 국제경쟁력을 키워주어도 모자랄 판에 한국 국회는 너나 할 것 없이 쥐 잡듯 쫒고 있다. 이제까지의 규제에 더하여 더욱 강력하게 규제한다니 기가 막힌다. 없는 것이 차라리 나은 국회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