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증권사 앱에서 151개 종목 옆에 '저PBR' 꼬리표가 붙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따라 오래 저평가된 기업이 스스로 주가를 끌어올리도록 압박하려는 취지다. 주가가 회사의 장부상 재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태가 오래 이어진 기업이 대상이다. 이마트, 롯데쇼핑, 현대제철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다.
꼬리표를 떼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왜 싸게 평가받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가장 흔한 이유는 돈을 잘 못 버는 것이다. 계획을 낸 62곳 가운데 절반은 최근 3년 동안 주주 돈 100원으로 1년에 3원도 벌지 못했다. 이 수익률(ROE)이 충분한지는 주주가 기대하는 수익률, 즉 자기자본비용(COE)과 견줘야 알 수 있다. 시험 점수만으로는 합격 여부를 알 수 없고 합격선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주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보통 연 8~10%를 기대한다. ROE가 이에 못 미치면 시장은 회사 재산을 장부가치보다 낮게 쳐준다. 그런데 이 합격선을 계산해 밝힌 곳은 17곳뿐이었다. 합격선을 밝히지 않으면 목표가 충분한지 주주가 판단할 수 없다. 밝힌 17곳 중에서도 13곳은 목표 ROE를 COE보다 낮게 잡았다.
첫째 방향은 ROE를 COE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정리하고, 쓰지 않는 부동산이나 투자자산은 팔아 돈이 되는 사업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둘째, 그럴 자신이 없다면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방식이다.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에 따라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의 목적이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예외 조항에 기대기보다 소각 일정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주주 신뢰를 얻는 길이다. 광주신세계는 2024년 약속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올해 4월 마쳤다.
셋째,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에 계획을 낸 기업 열 곳 중 네 곳꼴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만난 한 거버넌스 전문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이사회가 주도하고, 이사회 심의·결의를 거쳐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일수록 소액주주 입장에서 계획을 점검할 이사회의 역할이 크다.
끝으로 진행 상황을 꾸준히 알려야 한다. 계획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는 없다. 그렇다고 약속을 흐지부지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명단 발표는 내년 5월이고, 내년 3월 주주총회부터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이 크게 제한된다. 꼬리표를 떼는 방법은 결국 하나다. 시장이 기업을 다시 평가할 근거를 실적과 주주환원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태현 자본시장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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