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 6월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정부지로 치솟던 글로벌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해상운임이 상승세를 멈추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강세를 기록 중인 VLCC 운임이 실질 정제마진을 짓누르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국내 정유업계의 원가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던 중동-중국 노선의 VLCC 해상운임은 지난 주 들어 하락 전환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역내 신규 화물수요가 감소하면서 선주 협상력이 약화된 영향이다.
실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19일 발간한 주간 통합 시황 리포트에서 중동-중국 노선의 VLCC 운임지수(WS)는 지난주 1296.88포인트(P)를 기록해 전 주 대비 21.87P 하락했다.
VLCC 한 척의 실질적인 하루 용선수익을 나타내는 일일환산용선수익(TCE)도 같은 기간 1.7% 내린 138만7683달러(18억4000만원)로 나타났다. 여전히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내 수요 둔화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주목된다.
앞서 동일 노선의 직전 주 WS와 TCE는 각각 1318.75P·141만2243달러(18억8000만원)를 보여 역사적 수준의 고점을 보였다.
해진공은 “공급 측면에서도 수요가 둔화된 영향으로 가용선복이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선주 협상력이 다소 약화됐다"며 “화주들도 운임 고점에서 선주들의 화물 확보경쟁 조짐이 시작면서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관망세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고운임에 따른 원가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 온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VLCC 등 원유선을 중심으로 초강세가 지속되며 운임이 역내 정유업계의 실질 정제마진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달 아시아 정유업계의 명목 정제마진은 평균 40달러(배럴당) 수준을 보였다.
특히 원유 운송비는 평균 배럴당 33달러(82%)에 달해 아시아 정유업계의 실질 마진은 단순 계산상 배럴당 7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원유 도입가격에서 운송비 등 제반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이지만, 역내 일부 업체에선 이 같은 비중이 최대 30%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VLCC 운임이 완화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제품선 운임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업계의 원가부담 해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R2선 등 제품선은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통항 차질에 따라 최근 확대되고 있는 원유 셔틀운송·선박간 환적(STS)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주 중동-일본 노선의 LR2 운임(WS)은 982.78P를 기록해 전주 대비 44.45P 올랐고, TCE 역시 같은 기간 5.2% 오른 28만4616달러(3억8000만원)를 보여 강세를 지속 중이다.
이 가운데 시장은 중동권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인하 기조를 유지하며 아시아 정유업계의 원가부담 완화에 일조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동서송유관 가동 차질 여파로 한동안 역내 원유수출에 제약이 있었던 사우디가 오만·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내준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가격 할인을 지속하며 업계의 도입비 부담을 상쇄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달 초 아시아향 11월 선적분 원유의 OSP를 오만·두바이유 평균가격보다 배럴당 5달러 낮게 책정했다. 전월보다 할인폭을 3달러 확대하면서 지난 2020년 6월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큰 할인폭을 적용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출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는 사우디는 현재 국면에서 고객의 운임 상승부담을 상쇄하고 시장점유율(M/S)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향(向) OSP를 지속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높은 해상운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OSP가 이 같은 부담을 상쇄해 아시아 정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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