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장혜원

dalgu@ekn.kr

장혜원기자 기사모음




“골조공사 99% 끝났는데 안전진단 다시?”…리모델링 규제에 조합·건설사 반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16 16:50

2026 KRC 구조정책세미나서 필로티 규제·말뚝 정재하시험 개선 촉구
분당 5개 조합 수직증축 포기…3개 단지 골조공사 99% 완료
전문가 “구조적 위험 따라 기준 차등화”…조합 “승인 당시 기준 존중해야”

/

▲16일 열린 '2026 KRC 구조정책세미나'에서 건축구조 전문가와 건설업계,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들이 '리모델링 구조안전의 딜레마와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동주택 필로티 증축 규제와 구조안전진단 기준, 말뚝 정재하시험의 합리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구조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미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까지 추가 안전진단 부담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수직증축을 포기하고 필로티형 수평증축으로 전환한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 조합들은 법령해석 변경에 따른 추가 절차가 사업 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6일 열린 '2026 KRC 구조정책세미나'에서는 '리모델링 구조안전의 딜레마와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필로티 증축의 법적 분류와 구조안전성, 기존 건축물 기초 말뚝의 시험 기준, 시공단계 안전관리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김진영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와 임철우 시엘에스이엔지 대표(건축구조기술사)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어 신동우 한국리모델링융합회장(아주대 명예교수)을 좌장으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필로티 1개층도 수직증축"…법령해석 변경에 사업 혼선

김진영 교수는 “2023년 7월 법제처 법령해석 이후 필로티 설치를 위한 1개층 증축도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으로 분류되면서 안전성 검토 절차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은 150개 단지, 12만980가구에 달했다.


필로티는 건축물 1층 일부를 기둥 등으로 지지해 보행이나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에서는 주차 공간 확충과 저층 세대의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 적용됐다.


김 교수는 “2005년 이후 약 18년간 필로티 설치를 수평증축으로 간주해 왔으나 법령해석 변경으로 세대수 증가가 없는 1개층 증축에도 수직증축에 준하는 검토 절차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적인 필로티 건축물과 기존 내력벽이 하부까지 연속되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필로티는 구조적 특성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구조해석 사례에서는 필로티형 1개층을 추가할 경우 기존 골조의 중력하중 증가율이 약 4~5% 수준으로 분석됐다.


그는 “추가 하중과 실제 구조 거동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필로티형 1개층 증축과 3개층 수직증축에 동일한 검토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직증축 포기했는데 또 안전성 검토"…분당 조합들 부담 호소

조합 측은 강화된 기준이 이미 승인받아 진행 중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명수 성남시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장(느티마을3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장)은 토론에서 “분당 일대 5개 조합이 당초 3개층 수직증축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받아 수평증축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각 조합이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수직증축 1차 안전성 검토에서 조건부 통과를 받기까지 2~3년이 걸렸다"며 “조건부 사항을 확인해 보니 기존 건축물이 있는 현장에서 시공할 수 없는 조건이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단지에서 말뚝을 수십 개 추가해야 하는 조건이 제시됐지만 실제 시공 공간이 부족해 수직증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합들은 필로티를 적용한 수평증축으로 사업계획을 전면 변경했다. 기존 설계와 구조설계, 각종 심의와 권리변동계획 등을 다시 진행하는 데 추가로 3~4년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기준과 절차를 믿고 추진한 사업이 막혔지만 갈등과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분당의 3개 단지는 수평증축 기준으로 인허가를 받아 착공했고, 올해 10월 기준 골조공사가 99% 이상 완료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단지별 법 해석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이미 승인된 사업의 분류와 절차를 바꾼다면 조합은 무엇을 믿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023년 국토교통부와 성남시의 시행 공문에서 기존 조합과 신규 조합에 대한 적용 방안을 구분해 안내했다는 점도 언급하며, 승인 당시 기준과 행정 안내의 일관성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조합 측의 주장으로, 추가 안전성 검토의 적용 범위와 법적 근거에 대한 관계기관의 입장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30년간 안전했던 말뚝에 획일적 기준"…시험 방식 개선 요구

임철우 대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과정에서 시행하는 2차 정밀안전진단과 말뚝 정재하시험의 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말뚝 정재하시험은 건축물 기초를 지지하는 말뚝에 하중을 가해 지지력과 침하 특성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임 대표는 “설계 지지력의 200~300%에 달하는 시험하중 적용, 안전율 2~3을 반영한 지지력 평가, 시험 결과 가운데 최소값을 전체 기초 재설계에 적용하는 방식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수십 년 동안 부등침하 없이 사용해 온 건축물에도 신축 건축물과 유사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설계 지지력이 400kN인 말뚝 5개소를 시험해 4개소가 설계 지지력 이상을 나타내더라도 나머지 1개소에서 200kN이 측정되면 최솟값을 기준으로 전체 기초를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건축물의 사용 이력과 실제 침하 상태, 전체 구조적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 후 안전진단 결과 따라 사업 흔들려"…건설사도 우려

전문가 토론에서도 획일적인 안전성 평가와 추가 검토 절차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이상현 단국대학교 교수는 구조안전 기준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기술 수준과 실제 불확실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직증축이냐 아니냐는 분류의 문제이고, 수직증축을 했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른 문제"라며 구조적 위험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리모델링 건축물은 용도와 기존 하중 등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 신축 건축물과 다른 평가 방식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기존 구조체를 해체하거나 신·구 구조체를 연결하는 공정에서는 구조안전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해당 단계에 대한 전문적인 확인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운 GS건설 상무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사업비와 금융조달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상무는 “리모델링 사업이 성공하려면 조합과 건설사, 금융조달이 맞아야 한다"며 “이주를 하고 난 다음 안전진단을 실시하면 결과가 좋든 나쁘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 공사비가 신축보다 높고 시공 난도도 큰 상황에서 추가 검토 절차가 반복되면 건설사와 금융기관 모두 사업 참여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20층 건축물에 1개층을 추가하는 경우 하중 증가율은 약 5%이지만, 이에 따른 말뚝 보강 요구가 과도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전문기관의 안전성 검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보강설계와 시공은 법적 책임을 지는 민간 기술자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합 “안전 외면 아니다…중복 검토 줄여야"

김명수 회장은 조합 역시 구조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당 3개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구조안전진단과 보수·보강을 실시했고, 건축구조기술사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감리에 준하는 구조안전 확인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구조기술사가 직접 확인하면서 일반 건축감리에서 발견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를 보완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구조기술사의 전 공정 상주보다는 기초공사와 주요 구조체 시공 등 핵심 공정에 집중해 확인하는 방식이 비용과 실효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미 승인받아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승인 당시 기준과 행정 안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면 안전상 필요성과 법적 근거, 검토 범위와 완료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미 실시한 안전진단과 구조검토, 보강설계, 시공 확인을 충분히 고려해 중복 절차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국토부와 인허가기관,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적용 기준과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리모델링의 구조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실제 위험 수준과 사업 진행 단계에 맞는 검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이미 인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에 대한 변경된 기준의 적용 범위와 기존 안전성 검토 결과의 인정 여부가 주요 제도 개선 과제로 제기됐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