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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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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속도 높인다더니…인허가 쥔 자치구가 공급 병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15 20:53

창신9·10구역, 동의율 75% 넘기고도 사업시행자 지정 지연
정비사업 9개 주요 절차 중 7개 자치구 소관…권한 이양 실효성 논란
전문가들 “권한 분산보다 후속 인허가 개선·광역 주택공급 연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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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 일대 전경. 서울시


서울 종로구 창신9·10구역 재개발 사업시행자 지정이 수 개월째 지연되자 서울시가 종로구에 신속처리 공문을 보냈다. 법정 동의 요건을 갖췄음에도 구청장이 바뀐 뒤부터 처리가 지연되자, 광역 지자체인 시가 이례적으로 지연 사유와 향후 처리 계획 요구에 나선 것이다. 주택 신속공급을 앞세워 정부가 500세대 이하 소규모 정비사업의 구역지정 권한과 통합심의 권한을 자치구청장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과 학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창신9·10구역 18년 만에 본궤도 올랐는데… 구청장 교체에 다시 '제동'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창신9·10구역은 지난 6월 토지등소유자 약 75% 이상의 법정 동의 요건을 갖춰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했음에도 수 개월째 지정 고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창신9·10구역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2013년에 해제된 뒤, 도시재생사업을 거쳐 2022년 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재선정됐다. 주민공람과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정비구역 지정을 마쳐 18년 만에 최고 29층, 4542세대 대규모 재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




오랜 시간 부침을 겪은 만큼 창신9구역 75.86%, 창신10구역 75.38%라는 높은 주민 동의율로 신탁방식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했지만 구청장 교체 이후 고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그간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지난 7월 주민간담회에서 유 구청장은 “너도나도 재개발하면 돈이 되는 줄 안다"며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껴 있다"고 언급했다.


종로구는 절차를 재검토하겠다는 이유로 '재개발·재건축 TF'를 구성했고 그 이후로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발한 주민 2500여명이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치구발 병목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은 구청이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1년 6개월간 검토한 끝에 반려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도 구청장 교체 후 의견 수렴을 이유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비사업 9개 절차 중 7개가 자치구 몫…병목은 구역 지정 아닌 '후속 인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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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가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

정부·여당이 주택 신속 공급을 이유로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을 자치구청장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현장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서울시 약 65개 정비구역 조합장과 추진위원장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는 지난 13일 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 이양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서정연은 성명을 통해 “신속통합기획 도입 이후 구역 지정 기간은 기존 5년 이상에서 2년 안팎으로 이미 단축됐다"며 “진짜 지연은 구역 지정 이후 자치구가 쥐고 있는 인허가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정권을 25개 구로 쪼개면 500세대 기준에 맞추기 위한 인위적 쪼개기 난개발이 발생해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구청장 성향과 4년 선거 주기에 따라 사업이 휘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연은 권한 이양 추진안을 철회하고 자치구 단계별 인허가 처리기한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서울시 신통기획 절차 강화 및 규제 완화, 현장 조합·추진위 의견 공식 수렴 방안도 제시했다.


실제로 현행 정비사업 9개 주요 절차 가운데 시가 담당하는 것은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통합심의'다. 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 등 나머지 7개 핵심 인허가 절차는 이미 자치구청장 소관이다.


시가 신통기획으로 구역 지정 기간을 대폭 줄이더라도, 자치구 단계에서 단체장의 정책 판단이나 자의적 행정으로 인허가가 지연되면 사업 전체가 멈추는 구조다. 서울 시내 500세대 이하 정비사업 193곳 중 85%(164곳)는 이미 구역 지정을 마치고 자치구가 관할하는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후속 단계에 머물러 있다.


◇ 학계 “단기 이주 수요보다 중장기 공급 여건 함께 봐야"

자치구와 일부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 이유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단기 이주수요 집중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라운드테이블에서 “오늘 전월세를 잡겠다고 인위적으로 인허가를 늦추면 3~5년 뒤 도심 입주 물량이 급감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폭등하는 파국을 맞는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서울의 일반가구 아파트 거주 비율은 43~44% 수준으로 전국 평균(53.1%)보다 10%포인트나 낮을 정도로 양질의 주택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빈 택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정비사업은 도심 주택공급과 기반시설 현대화를 위한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고 말했다.


인허가 지연이 장기화될수록 PF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불어나 조합원 분담금 폭탄과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 이주로 인한 주변 주택가격 상승은 국지적인 현상으로 보여졌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에 따르면 정비사업 이주에 따른 임대가격 상승 압력은 서울 전역이 아닌 '사업장 반경 1km 이내', '이주 전후 2~3개월' 동안만 국지적으로 나타난 뒤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했다.


준공 이후에는 신규 주택 순증으로 인해 주변 전세가격이 하락 안정됐다. 박동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전체 착공 예정 물량의 65.9%가 상위 8개 자치구에 몰려 있다"며 “서울 내부만을 닫힌 시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미 통근과 주거 네트워크로 긴밀히 묶인 과천·하남·고양 등 인접 수도권 부분시장 차원에서 광역적으로 이주 수요를 분산·흡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 속도 개선을 위해선 용적률 등 규제완화 방안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교수는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고양창릉 등 3기 신도시 6개 지구의 평균 용적률을 현행 194.1%에서 제3종 일반주거 법정 상한인 300%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추가 토지 수용 없이 용적률 상향만으로 일산 신도시 전체 규모에 맞먹는 약 6만3677가구 주택 순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에서 순증된 물량은 서울 도심 정비사업의 이주 완충지대로 연동하면 임대차 시장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자치구로 권한을 이양하기보다는 후속 인허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택 공급과 이주 수요를 광역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구역 지정 이후 인허가가 지연되면 사업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주 수요에 대한 우려로 사업이 늦어지면 중장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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