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러시아의 유럽 침공 가능성과 나토의 고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30 11:01

이상호 대전대학교 교수/ 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최근 유럽에서 러시아의 도발로 심각한 안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나토(NATO)가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럽과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후, 9월 21일에는 유럽 정보수장들이 러시아가 수개월 내 나토를 직접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합참의장은 “영국은 러시아와의 잠재적 전쟁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젊은이들)을 잃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리투아니아 총리는 2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국민 피난 계획까지 세웠고 공격받더라도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알렸다.


이런 위기감은 러시아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 심지어는 독일에 대해 드론 침범과 기반 시설 파괴 공작, 대민 심리전 전개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 하이브리드 도발을 계속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발트 3국은 철저한 반러시아지만, 동부 일부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러시아 인구가 다수인 지역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때 같이 발트 3국에 대해서도 자치를 원하는 러시아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러시아가 모종의 상황 전환을 노리면서 이런 도발을 기획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사시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발트 국가를 제한적으로 공격해 나토와 전면전은 회피하면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조약 5조에 명시한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시나리오다. 만약 나토가 러시아의 도발에 굴복해 발트 3국 보호를 위한 집단방위권 발령을 주저하면, 우크라이나도 제대로 지원하기도 어렵게 되어 나토 방어선이 무력화된다. 이 경우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워진 푸틴의 정치적 입지가 개선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개입하거나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미국이 빠진 나토의 전쟁 지속 능력이 제한되면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충돌이 핵전쟁으로 갈 수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실마리가 된다면 일부 국가는 자국 생존을 위해 나토 동맹 탈퇴를 결심할 수도 있다. 이는 나토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기대는 희망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능력을 보면 러시아군이 나토와 제대로 전쟁을 수행할지 의문이다. 나토 집단자위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근거도 부실하다. 발트 3국에는 영국, 독일군 등 나토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어 유사시 전쟁에 자동 개입하는 것이 확정적이다. 러시아가 나토와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서 일부 국가에 대한 제한적 도발을 감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로 전력을 증강해 온 폴란드는 과거 러시아로부터 호되게 당한 역사 때문에 도발에 즉시 응전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 독일 등에 기지를 보유한 미국도 아무리 유럽과 갈등이 있어도 자위 차원에서 러시아 공격에 대응하게 될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나토와의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기 의지대로 종결하기 위한 기만책일 가능성이 크다. 나토를 위협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정치적·경제적 수렁에 빠진 러시아의 빠른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와의 갈등을 내세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국가 전시 총동원령을 발령한다면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도 커진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런 계산을 알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전면전으로 확전은 피할 것이다.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도 나토에 본격적인 군사 도발은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대신 드론전, 사이버전, 여론전, 국지 도발, 특수부대의 비정규전 전개는 가능하다. 아마 러시아가 도발한다면 이런 복합 하이브리드전·제한적 국지전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유럽에서 전쟁이 터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시기다. 나토와 러시아의 전면전은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서방 사회가 누려온 평화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안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렸다. 더 이상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거부한다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현실이 되었다. 이제 유럽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심리적·구조적 재무장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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