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제도개선으로 숨통이 트일 것 같았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다시금 악재를 만났다. 지난해의 경우 1조8700억원의 적자가 났고, 올해도 대규모 손실이 '컨센서스'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8주차(9월13~19일) 병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한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436명으로, 지난해 같은 주차 대비 392명(890.9%) 급증했다.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2.3명으로 같은 기간 24.3명(303.8%) 많아졌다.
독감이 예년 보다 이른시기에 유행하면서 의심 환자 수가 8주 연속 우상향그래프를 그리는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병원을 찾는 인원들이 대거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가족들과 만나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견조한 추석 연휴가 이어진 만큼 향후에도 환자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감 환자가 늘어나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진다. 보험금 예실차(당초 예상한 금액과 실제 지급된 금액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실적이 저하되는 탓이다. 실손보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손해율 1%포인트(p) 상승시 연간 13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비급여 주사제가 보험금 규모에 영향을 준다. 페라미플루를 비롯한 주사형 항바이러스제와 수액을 맞으면 발생하는 비용은 15만원을 초과할 수 있다. 관건은 보험금 지급 여부지만, 치료 목적으로 맞는 주사제는 청구가 가능하다. 수액이나 비타민 주사 등은 의사의 소견이 필요한 까닭에 보험사와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다른 영역으로 불린다.
◇ 도수치료 급감에도 '새는 곳'은 생겼다
보험사들의 '아킬레스 건'으로 불리던 도수치료는 관리급여로 편입된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일평균 실손보험 청구액이 각각 1억원 이상 축소됐다.
도수치료 1회당 평균 단가가 13만5000원에서 4만3850원으로 낮아졌고, 횟수 제한도 생기면서 흐름이 바뀐 것이다. 증권가에서 손보업계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한 배경에도 도수치료가 있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청구액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보사 5곳(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달 도수치료 관련 보험금 청구금액이 19억34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이상 96.0% 급감했다고 밝혔다. 청구건수가 92%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풍선효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점은 문제다. 김 의원은 신장분사 치료를 필두로 이학요법이 주목 받으면서 청구액(292억8000만원)이 40.5%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 시장에서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지적하는 보험사와 치료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의료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한 규제가 생기면 유사한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환자들의 건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맞서는 모양새다. 한 의료인은 변경된 제도에서는 도수치료를 제공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 5세대 실손보험 전환 부진...득 보다 실
과잉진료 등에 따른 실손보험 문제를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출시한 5세대 상품 전환이 활발하지 않은 것 역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5세대 상품은 기존 세대 보다 보험료가 크게 낮아 보험사의 수입이 줄어들지만, 자기부담금이 높은 특성상 손해율 관리가 용이하고 예실차가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도 전환을 선택한 1·2세대 가입자에게 3년간 보험료 절반을 할인하는 등 정책적으로 독려할 이유가 있다. 1년간 도수치료를 수십차례 받는 '블랙컨슈머'가 활동하는 것을 막으면 전체적인 보험료 상방 압력을 낮춰 가입자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국민경제의 부담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월6일부터 7월까지 유입된 계약은 18만3218건 중 약 4분의 3이 신규 가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의 1~4세대 가입자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보장이 축소되는 사태를 꺼리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1·2세대 가입자는 지금까지 보험료 조정을 버텨온 '열매'를 거두지 못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자기부담금 증가가 상충되는 면이 있고, 다시 기존계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제약도 전환율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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