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의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가 8·13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기로 했지만 서울시는 서울과 직결된 주요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1만호 공급을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기존 서울시 계획인 6000호에서 공급 규모를 얼마나 늘릴지를 놓고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와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등 서울시가 요구해 온 일부 제도가 반영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핵심 요구사항이 빠진 만큼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13일 정부의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발표 직후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주택실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사항 중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와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등이 일부 반영됐다"며 “서울시 제안을 일부 수용하고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 점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및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종부세 합산배제 등 핵심과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특히 정비사업 이주비 규제를 추가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주비 대출의 담보가치 산정 방식을 개선했지만 서울시가 요구한 이주비의 '사업비 대출' 전환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주가 되지 않으면 착공도 할 수 없는 만큼 이주비를 사업비 개념으로 인정해 달라고 계속 요청해왔다"며 “추가 이주비의 금리와 지원 한도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이주비 지원 규모가 충분할 경우 서울시가 별도로 예산을 투입할 필요성이 줄어들지만 실제 지원 한도가 부족할 경우에는 시 차원의 추가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아파트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신축 일반주택을 매입하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LTV 완화 등이 담겼지만 서울시가 요구해 온 규제지역 내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종부세 합산배제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전월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비교적 단기간에 비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그동안의 규제정책을 모두 철회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공급 수요가 큰 규제지역일수록 공급 확대를 위한 금융과 세제를 더욱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침부터 대책 파악 어려움"…서울시 “사전협의 충분치 않았다"
서울시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정부와의 사전 협의 과정이다.
서울시는 정부 발표 당일까지 대책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서울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발표 전에 서울시와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특정 사안은 실무적으로 확인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오늘 아침부터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장 목소리를 가장 많이 접하고 정책 건의를 해 온 당사자로서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사전 협의하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함께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의 설명은 협의의 범위와 수준을 놓고 온도차를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공개하지 않은 신규 공공택지 7만3000호+α에 대해 해당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8·13 대책 전반과 서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이날 서울에서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한 강서구 후보지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사전 실무협의가 진행됐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사유지이고 기존 공원 지정이 실효된 곳이어서 현재 법적인 공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핵심인 서울의 공급정책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서울과 직결되는 주요 부동산 대책이 충분한 사전 협업 없이 마련되고 발표 단계에서 사실상 결과를 전달받는 방식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용산 6000호냐 1만호냐…서울시 “아직 협의 중"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도 정부와 서울시의 협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1·29 공급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6000호에서 1만호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면 서울시는 기존 6000호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추진해왔으며 양측은 공급 규모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급 호수가 그동안 이슈가 됐고 현재까지 확정됐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며 “협의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1·29대책에서 정부가 1만호 정도를 발표했고 그 이전 서울시와 협의된 사업계획은 6000호였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규모가 달라질 경우 기반시설 계획과 사업절차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현재 기존 6000호를 기준으로 사업 일정이 마련돼 있는 만큼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학교·교통 등 기반시설 수요와 토지이용계획 변경 범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사업기간도 다시 산정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서울시·용산구와 협의를 거쳐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을 2028년 말까지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공급 규모를 둘러싼 서울시와의 입장 차이는 아직 남아 있는 만큼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서울시는 최종 공급 규모와 이에 따른 계획 변경 범위가 결정돼야 구체적인 착공 일정 역시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용산공원 공급엔 신중론…“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
정부가 공급 필요성을 언급한 용산공원의 주택 공급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현행 용산공원 관련 법체계에서는 공원부지를 곧바로 주택용지로 개발하기 어렵고, 정부가 공급을 추진하려면 특별법 개정이나 공원구역 제척·용도 변경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방식에 따라 국가가 직접 사업을 추진할 경우 서울시의 법적 권한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는 법적인 권한 문제와 별개로 녹지를 훼손하면서까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판단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계획을 갖고 있고 정부가 발표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까지 제대로 추진된다면 굳이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 공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을 서울시는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다"며 “주거용지가 아닌 공간은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미공개 신규택지에 그린벨트가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도 서울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향후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2031년 31만호 착공…초과 달성도 염두"
서울시는 정부 대책과 별개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자체 공급계획을 계속 추진한다.
신속통합기획과 사업성 보정계수, 현황용적률 인정, 공공기여 부담 완화 등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31만호가 넘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정도로 공정관리를 하고 있다"며 “자치구별 신속추진지원단을 통해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력하고 있어 목표 달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초과 달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태릉CC의 착공 시점을 앞당긴 데 대해서는 문화재와 교통·기반시설 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태릉CC 6800호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와 인허가 등을 병행해 당초 2030년이던 주택 착공 시점을 2029년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과거 태릉CC 공급계획이 지연된 배경으로 문화재 영향과 교통·기반시설 문제 등을 꼽으면서 “후속 절차가 계속 남아 있어 과정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요구해 온 교통과 기반시설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의 주거 안정과 충분한 주택 공급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서울시 주택정책과 직결되는 주요 대책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은 서울시 건의사항도 후속 논의를 통해 적극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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