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녹조, 사후 대응만으로는 한계
오염원 관리·유역 통합정책 부재 지적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 필요
▲사진=연합뉴스 캡쳐
낙동강 녹조 문제는 단순한 계절성 환경 현상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수질오염, 하천관리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본지는 연속기획 마지막 순서로 녹조 저감 대책의 현주소와 한계를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진단한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
상: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왜 해마다 되풀이되나
중:녹조 독소와 수돗물 안전성 논란…시민들은 안심해도 되나
하:수천억 투입했는데 녹조는 왜 사라지지 않나
◇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와의 전쟁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올해도 낙동강에는 어김없이 녹조가 발생했다.
환경부와 대구지방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경북도 등 관계기관은 조류경보 발령과 동시에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오염원 특별점검과 수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매년 같은 대책이 반복되는데 왜 녹조는 사라지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는 녹조 저감을 위해 수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여름철 녹조 현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이제 녹조 경보를 하나의 계절 뉴스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 사후 대응 중심의 한계
전문가들은 현재 녹조 대응 체계가 예방보다 사후 관리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녹조가 발생하면 취수원 감시를 강화하고 정수처리 시설을 가동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발생한 녹조의 영향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 분야 연구기관 관계자는 “녹조는 발생 이후 제거보다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정책은 예방보다 대응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 오염원 관리가 핵심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과제는 오염원 관리 강화다.
낙동강 상류 지역에는 축산농가와 농경지, 산업단지 등이 밀집해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와 인 성분은 녹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영양염류다.
특히 집중호우 시 축산분뇨와 비료 성분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녹조 발생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환경단체들은 단속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유역 전체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농업 비점오염원 관리 확대와 친환경 농업 지원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 시대 녹조 상시화 우려
최근 녹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기후변화다.
폭염 일수는 늘어나고 강수 패턴은 불규칙해지면서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실제로 낙동강 녹조 발생 시기는 과거보다 빨라지고 지속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환경 전문가들은 앞으로 녹조가 특정 시기에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인 수질관리 과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는 기존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 보 개방 논란도 여전
낙동강 녹조 문제를 둘러싸고 보(洑) 운영 문제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가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농업계와 일부 지역 주민들은 농업용수 확보와 가뭄 대응을 위해 보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평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물관리 정책의 대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녹조 문제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국가적 물관리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염원 감축과 하천 복원, 수질 개선, 기후변화 대응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유역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낙동강 상·중·하류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관리하는 통합 물관리 정책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위성영상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녹조 예측 시스템 구축과 과학적 수질관리 체계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시민과 함께하는 녹조 대응
전문가들은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뿐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활 속 수질오염 저감 실천과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 확산 역시 장기적으로 녹조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녹조 발생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과학적 감시체계를 확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물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 녹조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논란과 불안을 끝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와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대구환경청의 녹조 비상은 단순한 여름철 환경 이슈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 물관리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녹조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때 비로소 낙동강은 안전한 식수원이자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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