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사진=로이터/연합)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이 미국 국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준비자산(외환보유액)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입과 최근 2년간 이어진 금값 급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은 전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의 27%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20%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미국 국채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22%로 하락했다.
중앙은행 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가치를 뒷받침하고 국제결제 의무를 이행하며 금융시장 불안 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보유하는 고(高)유동성 자산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3만6000톤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달러화가 금에 연동되고 주요 통화 간 환율이 고정됐던 브레턴우즈 체제 당시 중앙은행 금 보유량인 3만8000톤에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속도는 지난해 다소 둔화했다. ECB에 따르면 지난해 순매입 규모는 850톤으로 집계됐다. 앞서 3년 연속 연간 금 매입 규모가 1000톤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100톤이 넘는 금을 매입하며 단일 기관 기준 최대 매수자로 기록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준비자산을 동결하면서 중앙은행들의 달러 자산 다변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2022년 이후 금 보유량을 가장 많이 늘린 국가는 중국, 폴란드, 튀르키예, 인도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제 금값 상승세도 금이 미국 국채를 추월한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국제 금 가격은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30%, 60% 상승했으며 지난 1월에는 온스당 사상 처음으로 5500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ECB는 금값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효과를 제거하고 2023년 말 금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정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금 비중은 16%로 유로화 비중(16%)과 같고 미국 국채 비중(26%)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금 비중 확대가 실제 보유량 증가보다는 금값 급등에 따른 평가액 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는 의미다.
ECB는 또 중앙은행들의 금 비중 확대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향후 금은 주요 법정화폐와 비교할 때 공식 준비자산으로서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며 실물 형태로 보유할 경우 보관 비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중요한 문제는 금 공급이 완전히 탄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국제 유동성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이 원활하게 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앙은행이 금을 대규모로 처분한 사례도 나타났다. ECB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130톤의 금을 매각하거나 대여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최근 수년간 가장 큰 규모의 준비자산 감소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국제 금값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466.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귀금속 전문매체 킷코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말 금값 전망치는 온스당 4610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이 집계한 컨센서스는 온스당 4242달러로 FT조사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금값의 핵심 하방 리스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을 꼽았다.
한편, 보고서는 유로회의 국제적 위상도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유로화 표시 국제채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약 1조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은 유로존 자산을 8500억유로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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