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화석연료 수입 의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청정에너지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태양광이 6년 뒤 세계 최대 발전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1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신에너지전망(NEO)'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이란 전쟁까지 세 차례의 큰 충격을 겪었다"며 “에너지 시장 충격이 반복되면서 일부 국가들은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세계 각국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청정에너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 역시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BNEF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확대와 인구 증가, 생활수준 향상, 전기차(EV) 확산 등을 전력 수요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청정에너지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지 않고, 기술 가격 경쟁력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전환 시나리오'(ETS)를 기준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현재 대비 2035년 29%, 2050년 6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35년까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체 전력 소비의 5.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산업을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밀집한 미국의 경우 이 비중이 23%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2000~2050년 주요 발전원별 글로벌 발전비중 추이(사진=블룸버그)
BNEF는 이 같은 전력 수요 증가 속에서 태양광이 2032년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발전원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2032년 세계 발전 비중에서 태양광은 20.6%를 차지하고 석탄은 19.8%로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태양광 신규 설치 용량은 연간 기준 2016년 75기가와트(GW)에서 지난해 655GW로 약 9배 가까이 증가했다. BNEF는 향후 수년간에도 태양광 설치 규모가 현재의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4년에는 풍력발전이 발전 비중 18.7%를 기록하며 석탄(18.4%)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발전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때 태양광 비중은 22%로 석탄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50년까지 글로벌 ESS 규모 전망(사진=블룸버그)
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산업 성장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 영향을 받는 만큼 전력을 저장해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배터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배터리 제품이 갈수록 범용화되면서 가격 하락 속도도 기존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고 BNEF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규모는 2030년 1040기가와트(GW)로 사상 처음 1000GW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어 2035년에는 2011GW, 2050년에는 3837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222GW) 대비 약 17배 증가한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 역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에너지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했지만 2035년에는 3% 아래로 떨어지고, 2050년에는 1%대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넷제로 시나리오(NZS)'에서는 일본의 에너지 수입 비중이 2050년 GDP 대비 0.5%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BNEF는 내다봤다.
마티아스 키멜 BNEF 에너지·경제 부문 총괄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는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이 낮은 기술로 에너지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며 “청정기술이 에너지 안보와 전력 시스템 유연성, 그리고 급증하는 글로벌 전력 수요 대응에서 점점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TS·NZS 시나리오별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요 흐름 추이(사진=BNEF)
이 같은 청정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 화석연료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의 경우 글로벌 수요가 2029년 전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들어서고, 2050년에는 2000년대 초반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기차 확산으로 도로 운송 부문의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영향이다.
석탄 역시 경제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에 밀리며 장기적인 수요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발전량에서 석탄 비중은 이미 2011년 41%로 정점을 찍었으며, 2050년에는 약 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천연가스는 당분간 수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산업·운송 부문의 소비 확대가 가스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NZS 시나리오에서는 천연가스 수요 역시 2030년대 초반 정점을 찍은 뒤 구조적 감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석유와 석탄 수요 감소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데이비드 호스터트 BNE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는 또다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각국에는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존재한다"며 “현재는 대규모로 빠르게 보급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 화석연료 기술보다 전체 시스템 비용이 더 낮은 기술들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정전력과 전기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BNEF에 따르면 ETS 시나리오 기준,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4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배출량이 작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되지만 인도·동남아시아·중남미 지역에서 배출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심지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기온 상승폭은 1.8도를 웃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BNEF가 2024년 제시했던 1.75도 전망치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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