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지속가능한 공시 성공적 안착 방안'을 주제로 제3세션이 열렸다. (사진=강찬수 기자)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마지막 순서인 세션 3에서는 '지속가능 공시 성공적 안착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세션에서는 국내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동향과 기업들의 실무적 대응 전략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날 토론 좌장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박필주 ESG인프라지원단장이 맡았다. 주제 발표에 나선 삼일회계법인 권미엽 파트너, 포스코홀딩스 오재희 리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남희 ESG경영지원실장 등 전문가 3인은 공시가 단순한 규제 이행을 넘어 자본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정당화하는 핵심 수단임을 강조하면서,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세션 3은 국내외 공시 기준의 이론(삼일회계법인), 기업의 실제 이행(포스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 체계(환경산업기술원)가 어우러져 참석자들로부터 '네이처 포지티브' 시대를 대비하는 구체적인 실무 로드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본시장의 시그널과 경영진의 핵심 의사결정"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권미엽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자본시장이 기업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와 기회의 메시지를 데이터로 증명했다. 권 파트너는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2°C 상승할 경우 아세안 지역의 국내총생산(GDP)가 약 37% 감소하고, 아시아 전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거시경제적 위기를 경고했다.
권 파트너는 이러한 비재무적 리스크가 어떻게 실제 재무 변수인 자본비용을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 ESG 등급 기업과 최고 등급 기업 간의 자본비용 격차는 신흥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ESG 등급이 2등급 이상 상승한 기업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약 1.1%p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 성과가 기업의 부도 리스크를 낮추고 채권자의 요구수익률을 하락시키는 선행 지표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부도 위험이 낮아지면 자금을 빌려주는 채권자(은행, 채권 투자자 등)는 그만큼 낮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타인자본비용(Kd)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주제 발표하는 삼일회계법인 권미엽 파트너. (사진=송기우 기자)
권 파트너는 특히 실무적인 대응 방안으로 '재무제표 표준 CoA(Chart of Accounts) 라이브러리' 수립을 제안했다. 기업은 기후 위험의 고유 영향과 대응 전략의 영향을 영업·투자·재무·결산 활동별로 세분화해 회계 계정과목에 맵핑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투자 타이밍과 규모를 숫자로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의 기후 공시 (IFRS S2) 기준에 따라 기후 성과를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 및 보상 체계에 연계하고, 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시하는 전사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포스코, 기후 성과를 경영진 보상과 연계"
두 번째 발표자인 오재희 포스코홀딩스 리더는 실제 기업 현장에서 겪는 공시의 무게와 전략적 활용법을 상세히 공유했다. 오 리더는 기후 공시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강력한 '자본 배분의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공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이 직면한 기후 리스크, 즉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과를 개선해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에 기꺼이 투자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오 리더는 포스코가 직면한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를 정책·기술·시장·평판의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바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면 시행 △국내 배출권 유상할당량 확대에 따른 규제 비용 증가 △수소환원제철(HyREX)과 같은 저탄소 기술로의 대체에 따른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지출 △기존 고로(高爐, 용광로) 설비의 좌초자산화 위험 등인데, 포스코는 이들 리스크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오재희 리더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또한, 해안가에 위치한 제철소의 특성상 폭우와 해수면 상승 등에 따른 물리적 위험에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BCP) 수립과 차수벽 강화 사례도 공유했다.
특히 포스코는 기후 성과를 경영진의 보상 지표와 직접 연계해 탈탄소 전략의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리더는 “미래 재무 영향도는 변수가 많아 산출 결과의 범위가 넓게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내부 탄소가격제 등을 활용해 투자 검토 단계에서부터 탄소 비용을 반영함으로써 자본이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흐르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정보공개제도를 통한 산업계 ESG 공시 지원"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남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공시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인프라를 소개했다. 김 실장은 환경정보공개제도가 기업의 자발적인 녹색경영 의지를 높이고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법적 근거(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를 갖춘 핵심 제도임을 설명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현재 약 2000여 개 회사, 5000여 개 사업장의 환경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네이버페이 증권 등 금융 포털과 연계해 투자자들이 모바일에서도 쉽게 기업의 환경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남희 ESG경영지원실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특히 기업들이 입력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류 평가, 현장 확인, 정밀 검증으로 이어지는 3단계 검증 절차를 수행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데이터가 30% 이상 차이 날 경우 증감 사유를 확인하는 등 데이터 정합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의 협력사들이 겪는 스코프(Scope 3) 공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급망 협력사에 대한 1:1 맞춤형 컨설팅과 환경정보 등록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코프3 배출량은 원료의 채취나 부품의 공급, 생산된 제품의 운송, 폐기 등 공급망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김 실장은 “전과정평가(LCI)와 관련해 2028년까지 국가 데이터베이스(DB)를 새로 1000여 개 구축해서 국제 플랫폼(GLAD)에 등록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환경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공공 인프라를 탄탄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산업기술원은 업종별 스코프3 배출량 산정 안내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는 조선업과 제약업종의 안내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조직 경계 산정 사례집'도 최근 발간했다.
기업의 기후리스크
기후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위협은 크게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로 구분할 수 있다. 물리적 리스크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홍수, 가뭄, 폭염 등)이 기업 운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극한 강우(extreme rainfall)로 인한 인프라 손상, 생산 중단, 공급망 교란 위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환 리스크 (Transition Risk)는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시장, 기술 변화로 인한 잠재적 손실을 발한다. 예를 들어, 로운 탄소 규제(정책), 녹색 기술 등장(기술), 소비자 수요 변화(시장)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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