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넘어선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맞물림에 따라 석유화학업계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해외자산, 외화대출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유동성 확보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 외인, 국내주식 투매...韓성장률 '하향 조정'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 대비 15.3원 오른 1531.0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15분께 1536.9원까지 뛰어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17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환율은 올해 1월 2일 1441.80원에서 20일 1478.10원으로 치솟은 뒤 2월 26일 1425.80원까지 떨어졌지만,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다시 고점을 높이고 있다. 특히 3월 들어서는 19일 1501원, 23일 1517.30원, 30일 1515.70원 등으로 15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엔·달러 환율은 160엔선에서 일단 상승세가 제어되고 있음에도, 유독 원·달러 환율의 급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그간 지적됐던 달러 수급 불안 외에 국제유가발 국내 경제 펀더멘털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3월 들어 35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심리적, 수급상으로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유가 장기화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점도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기존 전망치인 2.9%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은 작년 12월 전망인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급 비중이 커 생산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 기업 대출건전성 강화...유동성 확보 '만전'
은행권은 연일 비상이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고유가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기업들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수요 침체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어 은행권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해외대출, 해외자산, 해외투자 등을 외화유동성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외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은 작년 말 기준 168.9%로 규제비율(80%)을 상회하고 있지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어 비상대응체계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동 지역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원유 수입 영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외화유동성, 해외자산 관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영향권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대출 건전성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대출자산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 금융지주사 밸류업 계획의 핵심지표인 자본비율에도 부정적이다. 이에 일부 은행권에서는 외화자산 비중을 줄여 환율 변동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51%로 전분기 말보다 0.12%포인트 떨어졌다. 기본자본비율(14.80%), 총자본비율(15.83%)도 전분기 대비 각각 0.08%포인트, 0.09%포인트 낮아졌다. 당기순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지속했음에도,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자본이 감소하고, 외화대출자산의 RWA는 증가한 점이 자본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자본비율을 규제비율보다 여유있게 관리하고 있다"며 “중동 전쟁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에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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