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S&P글로벌이 개최한 'CERAWeek'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이란 전쟁은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리스크를 뒤흔들어 세계가 안정적 수급에 집중하게 하고, 특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 내지는 미국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구매선을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S&P글로벌이 개최한 에너지 컨퍼런스 'CERAWeek'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권을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을 교란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란 정권은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고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왔다. 또한 핵심 목표가 핵무기 개발인 만큼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중동 전쟁으로) 단기적 혼란은 있겠지만 수십 년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고 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3주째를 넘어서고 있다. 쉽게 무너질 줄 알았던 이란은 세계로 하여금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원유, 가스 물동량의 20~25%가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석유, 가스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EDC) 위원장 겸 내무부장관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 전략은 이 순간(호르무즈해협 봉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미국의 공급을 늘려 기존 및 새로운 동맹국과 시장에 더 많은 공급을 하려는 것이라는 X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사진= X 캡처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곳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이며, 그 중에서도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만 봐도 24일 기준 배럴당 미국 91.6달러(WTI), 유럽 103.9달러(브렌트유)인 반면 아시아는 135달러(머반유)~169달러(두바이유)로 훨씬 높다.
이제 미국은 대놓고 요구한다. 수급 리스크가 큰 중동산 대신 미국산 석유, 가스를 수입하라고 말이다.
미국의 '에너지 차르'로 불리는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EDC) 위원장 겸 내무부장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X 계정에 “미국의 에너지 지배 전략은 이 순간(호르무즈해협 봉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생산을 늘려 기존 및 새로운 동맹국과 시장에 더 많은 공급을 하려는 것"이라는 X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결과물이다. 결국 미국의 이란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 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은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하루 1300만배럴로 1위이며, 석유 수출량은 하루 약 400만배럴로 1위 사우디의 435만배럴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미국의 지난해 LNG 수출량은 1억1100만톤으로 세계 1위이다.
미국 본토의 석유 생산은 정체된 상태지만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이 미치는 베네수엘라, 수리남, 가이아나 등 중남미 석유는 여전히 풍부하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에만 연간 5800만톤의 LNG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추가로 2000만톤 규모의 알래스카 LNG도 추진되고 있다.
투자 자금도 손쉽게 마련해 놓은 상태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관세협상을 통해 각각 3500억달러,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확약 받았다. 대부분이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그 물량을 수입도 하게 되는 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 장악 전략은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다. 미국발 화석연료 에너지 리스크 확대는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이슈를 축소시키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전력을 더 비싸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선택은 옳지 않다. 핵심은 실용주의"라며 “조기 폐쇄 예정이던 17기가와트(GW) 규모의 석탄발전소 가동을 유지했는데, 중단했다면 대규모 정전과 수백 명의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기후 정책 기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파리기후협약,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녹색기후기금 등 여러 기후 국제기구에서 모두 탈퇴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중심 정책에서 에너지 공급 확대 중심으로 방향을 확실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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