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분명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11월 금리 인하 여부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며 “관세협상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3개월 내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를 예상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수가 지난 8월 5명에서 이달 4명으로 1명 줄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금융안정에 좀 더 무게를 두려는 기조가 뚜렷해졌다.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연속 동결 결정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대책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6명 중 4명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2명은 동결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8월 인하 의견은 5명이었는데, 1명이 줄었다. 지난 8월 대비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통위원 1명이 동결 가능성 쪽으로 의견으로 바꿨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는 계속되지만, 금융안정에 좀 더 포커스를 두면서 인하 폭과 시기가 조정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 8월 금통위에 이어 이날도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p)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신 위원은 “주택시장 관련 금융안정 상황은 우려되지만,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상당 폭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가급적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고 경기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며 금리 결정을 이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한·미 관세협상뿐 아니라 미·중 관세협상과, 반도체 사이클이 어떻게 될지 등 다양한 변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말씀드리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를 거듭 밝혔다. 그는 “경기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금리를 동결할 상황은 아니었다"면서도 “금리를 인하했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는데, 앞서 두 차례 동결 결정을 하며 인하 속도와 폭을 천천히 갈 것이란 기대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안정 면을 볼 때 가계부채 위험은 많이 사라졌지만,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되는냐가 중요하다"며 “부동산 가격이 내려야 안정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성장세가 안정되고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구조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 조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금리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은 워낙 많은 요인이 있어 금리만으로 조정할 수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도 경기가 폭락하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은은 통화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지 않겠다는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최근 1430원를 웃도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한 달 사이 약 35원 올랐는데, 4분의 1은 달러 강세, 4분의 3은 위안화와 엔화 약세, 관세 정책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금 조달 영향 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향후 환율에 대해서는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좋은 방향으로 사라지면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영향에 대해서는 “올해 유가가 18% 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라 수요 압력이 거의 없어 환율이 올라가도 물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