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희 현대건설 건축사업부장(왼쪽)과 장 야쉰 HND 홀딩스 창업주(가운데), 로널드 맥레이 CMP 대표(오른쪽)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사옥에서 'The Strand 주택 개발사업에 대한 시공사 조기 참여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국내 건설업계가 단순 시공을 넘어 직접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는 '투자형 개발' 모델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뉴질랜드 등 선진 주택시장에 한국식 주거 시스템을 이식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6일 본사 사옥에서 뉴질랜드 투자 운영사 HND TS와 현지 건설사 CMP 컨스트럭션(Construction)과 함께 오클랜드 타카푸나 해변 인근에서 추진되는 'The Strand 주택 개발사업'에 대한 시공사 조기 참여 협약(ECI)을 체결했다. 총 219세대 규모의 프리미엄 복합 주거 단지를 지하 3층~지상 7~10층 규모로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설계 초기부터 시공사가 참여해 최적의 설계와 공기, 비용을 도출하는 ECI 방식을 택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주거 공간에 특화된 혁신 설계·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CMP와 설계사 ASC 아키텍츠와 협력, 태양광 패널·전기차 충전소 등 한국식 주거 시스템을 접목한다. 뉴질랜드 현지에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선보이며 글로벌 주택 건설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북부 프로스퍼(Prosper)에서 타운하우스·호텔·오피스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현지 시행사 'Orion RE Capital'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1단계 타운하우스 공급을 시작으로 총 5단계 개발을 계획 중이다. 프로스퍼는 중간 가구 연평균 소득 약 19만 달러(2억 6489만원), 미국 최고 수준의 공립학교를 보유한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다.
현지 평균 주택가격도 약 85만 달러(11억 8532만원)로 높으며, 기업 이전이 활발해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 투자처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2023년 뉴욕 현지 법인 설립과 주재원 파견을 통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사업 확대를 모색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 주택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견 건설사인 반도건설도 LA 도심 한복판에서 두 번째 자체 개발 프로젝트 'The BORA 3020'을 추진 중이다. 대지면적 5만2594제곱피트(약 4886㎡) 규모 부지에 지하 1층~지상 8층 262세대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갖춘 대형 단지다.
반도건설은 1차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상품력과 한국식 주거시스템을 접목, 드레스룸·붙박이장·국내 가전 위주의 빌트인 시스템, 미국 아파트 최초의 실내 스크린 골프연습장 등 차별화된 편의시설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 '한국식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단순 도급 시공을 넘어 투자와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자형 개발'로 체질을 바꾸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본다. 현대건설의 뉴질랜드 주택 개발, 대우건설의 북미 진출, 반도건설의 LA 프로젝트 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K-주택'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서 키우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업계 전반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팬데믹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장기 투자형 사업 모델을 확보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플랜트·에너지 인프라, 고급 주거단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건설의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