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삭감 중단을 촉구하며 9월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9월 16일 총력투쟁 결의대회, 9월 26일 전 조합원 총파업의 일정을 예고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등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것을 두고 은행권 내부에서도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앞세워 “금융 산업이 먼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먼저 4.5일제를 도입할 경우 은행 영업점 대기시간이 길어져 금융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결국 금융노조가 은행원들의 공감대 없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은행 주4.5일제 도입, 국민적 공감대 있나"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삭감 중단을 촉구하며 9월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9월 16일 총력투쟁 결의대회, 9월 26일 전 조합원 총파업의 일정을 예고했다. 해당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까지 갔지만 사측의 성의 없는 태도로 최종 결렬됐다는 게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이번 싸움은 금융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노동시간 단축과 미래를 여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8일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주 4.5일제' 문구가 새겨진 단체 티셔츠를 입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은행 직원들은 금융노조의 주장에 거리를 두고 있다. 가뜩이나 시중은행의 고액연봉 등을 두고도 여론이 좋지 않은데, 은행권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자는 건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도 은행 영업점 마감시간이 빠르고, 대기시간은 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여기서 추가로 근무시간을 줄일 경우 하루에 근무하는 직원 수가 줄어들어 고객들 불편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 노조가 발 벗고 4.5일제를 주장하는 건 (은행원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라며 “먼저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하지 않나"고 강조했다.
앞서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주 4.5일제 도입과 초개인화 사회가 가져올 근로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영업모델과 업무모델을 만들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다만 정 행장의 발언은 향후 주 4.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은행 업무방식을 바꾸면, 금융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대비하자는 '원론적 메시지'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업, 주 4.5일제 도입 우려...“주52시간제 보완해야"
나아가 금융을 넘어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상당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주 4.5일제 도입과 건설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건설산업은 대부분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져 계절적, 기상적 요인에 의해 근로시간, 근로일수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건설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공정 지연, 공사비 상승,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 4.5일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본사는 시차출근, 집중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현장의 경우 공정특성, 기상 등 변수 반영이 가능한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추가 근무가 제한돼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주 52시간제부터 손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금융업이라도 직군이나 업무에 따라 근무 환경이 다르고, 급여가 부족해 초과근무를 원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은데, (모든 업종에) 근무시간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주 52시간제도 부작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4.5일제를 도입하면 국가 성장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