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관련 분석 보고서 보니
“성과 낮은데 또 출연"...금융위 예산관리 도마

▲금융위원회.
정부가 청년의 목돈 마련을 돕겠다며 만든 '청년도약계좌'가 성과없이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입 실적이 저조한데다 중도해지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최근 금융위원회의 '2024회계연도 결산'을 분석해 청년도약계좌 사업의 예산 편성과 집행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도약계좌는 2023년 7월 출시된 정책형 금융상품으로, 총급여 7500만 원 이하(종합소득 6300만 원 이하) 청년이 매달 자유 납입하면 정부가 소득에 따라 기여금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이 상품은 5년간 납입 시 최대 5000만 원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약 306만 명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것으로 보고 기여금 예산 3440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51만 명에 그쳐 무려 3008억1600만원이 이월됐다.
금융위는 다음해에도 250만 명이 유지·가입할 것으로 보고 기여금 예산 3590억4300만원을 편성했다. 전년도 이월분과 합쳐 총 기여금 예산은 6038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1년뒤인 2024년에도 총 가입 유지 인원은 133만 8000명, 실제 집행액은 2843억2900만원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도 이월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보금은 전년도보다 186억 원 증가한 3194억8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중도 해지까지 늘어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누적 가입자 157만2000명 중 23만4000명이 해지해 중도해지율이 14.7%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6.5%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2025년 4월에는 15.3%까지 상승했다.
중도해지 증가의 배경에는 청년층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생활비 부담 확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도약계좌 해지 사유를 분석한 '2024 청년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지자의 39%는 '실업이나 소득감소'를, 33.3%는 '긴급 자금 필요'를 이유로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 중 절반은 '생활비 상승'을 현재의 가장 큰 재정적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은 이에 따라 중도 해지율 증가를 막기 위해 긴급한 자금 수요가 생기더라도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부분인출서비스'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부분인출서비스는 2025년 중 시행되며,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제도 시행 초기인 2023년 7월에 가입한 일부 청년들만 해당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가입 3년 이상 청년에 대해서는 부분인출 시 정부기여금 일부도 함께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납입금에 비례해 기여금을 지원하는 기존 청년도약계좌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정처는 “기여금 유보금이 충분한 상황에서 실집행 가능성에 대한 점검 없이 전액 출연을 교부한 것은 합리적인 예산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향후 출연금은 실제 집행 가능한 규모만큼만 교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성과가 낮고 관행적으로 지출되는 예산에 대해 과감히 구조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