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81포인트(0.55%) 오른 3072.75로 시작했다. 연합뉴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5~9위권 종목들이 초접전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순위가 바뀌는가 하면, 장중에도 자리를 맞바꾸는 일이 반복된다. 단순한 '5위 경쟁'이 아닌, 41조~44조 원대의 시총을 가진 종목들이 얽힌 '핫존 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현대차·네이버·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종목들이 최근 코스피 시총 5~9위권을 형성하며 매일 같이 순위 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24일에는 네이버가 5위에 올라섰고, 두산에너빌리티가 6위, KB금융이 7위를 기록했다. 다음 날인 25일, 네이버는 여전히 5위를 유지했지만, 현대차는 6위로 올라섰다. 26일에는 현대차가 5위로 올라갔고, KB금융이 6위로 자리 잡았다. 27일에는 KB금융이 5위로 자리잡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6위로 반등했다.
장중 순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3일에는 네이버,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세 종목이 각각 장중 시총 5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5~9위 종목들의 순위는 하루 동안 여러 차례 변동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5위(시총 약 43.2조 원), KB금융이 6위(시총 약 42.5조원), 현대차가 7위(시총 약 42조원), 네이버가 8위(시총 약 40.8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위(시총 약 40.8조원), 삼성전자(우)가 10위(시총 약 40.79조원)로 위치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불과 수천억~1조원 차이로 촘촘히 엮여 있어, 주가가 1~2%만 움직여도 시총 순위가 즉시 뒤바뀌는 구조다.
각 기업들은 AI, 원전, 방산, 밸류업 등 서로 다른 글로벌 테마를 타고 있으며, 이러한 테마에 따라 자금 순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AI와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른 원전 테마로 264% 급등하며 시총 10위권에 진입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주 기대감에 따라 최근 148% 상승했다. 네이버는 AI 산업 육성 정책과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등으로 주가가 상승했으며, KB금융은 밸류업 기조와 주주환원 기대감으로 32.6% 올랐다. 반면, 현대차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불확실성으로 시총이 출렁이고 있다.
이 같은 시총 5~9위 구간은 외국인 수급과 정책·뉴스 모멘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26일 외국인이 48만8027주를 순매도하며 5위에서 9위로 밀려났고, 현대차도 27일 외국인 -23만5372주 순매도로 5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반대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7일 외국인이 57만8000주를 순매수하면서 8위에서 6위로 반등했으며, KB금융도 외국인 순매수 기조에 따라 5위로 한계단 올라섰다.
외국인 수급은 시총 5~9위 순위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5~9위 '핫존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총 4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는 약 25조원에 달하지만, 5~9위 종목 간 시총 차이는 1조원 이내로 촘촘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5~9위의 시총 차이가 매우 좁고, 외국인 수급과 뉴스 모멘텀에 따라 순위가 쉽게 바뀌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포지션 조정이 시총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정 종목의 강세라기보다 외국인 자금 흐름과 테마의 결합이 순위를 좌우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