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에 대해 합병비율의 불공정성과 이해상충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를 권고했다. 현재 자문사 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판단이 분할합병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간해 “피합병법인(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저평가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분할합병비율과 이해 상충 문제에 대한 고려 부족으로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오는 12일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서스틴베스트는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비율(1대 0.0432962)이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우선 두산밥캣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캐터필러, 존디어 등 동종업체 대비 저평가됐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사회가 핵심 자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거래하면서 저평가 가능성이 높은 주가로 두산밥캣의 주당가치를 산정한 것은 기업가치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지배주주가 동일한 계열사 간 분할합병 거래인 만큼 이사회가 지배주주-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을 방지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도 진단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회사 측에 분할합병 의사결정 과정에서 분할신설법인이 최선의 가치 평가를 받도록 어떤 노력을 거쳤는지 질의했으나 “그룹 관점의 구조개편 필요성 등은 확인되지만 두산밥캣의 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이사회의 노력과 절차에 관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두산로보틱스가 합병가액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하긴 했으나 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은 후 이뤄진 것으로, 주주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결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스틴베스트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에 반대를 권고한 기관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캘린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 캐나다공적연금(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등 해외 연기금과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등이다.
그러나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찬성 의견을 내 의결권 자문사 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