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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상한 나라의 국회의원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29 12:24
양성모

▲양성모 자본시장부장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4년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본명 정주일) 씨가 14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15대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던진 말이다. 국내 코미디계의 1인자였던 그가 국회에서 한 수 배웠다는 것은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미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웃음을 주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는 의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00만원 이상이 될 경우 초과 액수의 22%부터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중이고.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등 여(與)당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큰손들의 이탈 등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둘 다 이해 가능한 의견이라면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투세 시행을 주장 중인 야당의 행보다. 내부에서조차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고, 지난 2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금투세 시행 토론회에서는 온갖 구설을 만들어내며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번 민주당의 토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생 모의재판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토론회가 아니었다. 당내 찬·반 의원들 간 의견을 교환하는 데에 그쳤다. 말 그대로 약속대련에 불과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한마디는 이날 토론회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인버스는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를 최근 주택가격에 견주어 보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던 시기 왜 서울에 집 한 채 사지 않았느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아냥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금투세 논란으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친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행 의지를 내비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은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뢰로 지난 지난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폐지'(34.0%) 또는 '유예'(23.4%)가 필요하다는 비율이 57.4%로 나타났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7.3%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국장은 답이 없다"라는 한 투자자의 말이 모든걸 대변한다. 한국 증시만 소외받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훼손하는 금투세 도입이 현재 상황에서 과연 적절하냐는 거다. 실제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는 0.20%(5.5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 다우지수는 12.26%(4623.46포인트)가 올랐다. 금투세 도입을 철회한 대만의 가권지수는 연초 이후 27.36%(4903.42)가 뛰었다.


급한건 세금이 아니라 시장 안정화다. 전환사채(CB) 등을 통한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시장을 훼손하는 좀비기업들, 이슈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테마주의 난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제까지 여의도발 코미디에 쓴웃음을 지어야 할까. 정치인들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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