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6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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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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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제약 합병 추진 ‘헬스케어와는 딴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5 16:36

개인주주 “제약 주가 고평가, 지금은 타이밍 아냐” 반발

무난했던 작년 헬스케어 합병과 다른 분위기에 대응 고민

합병검토특위·설문조사 진행…개인주주 의견청취 이례적

셀트리온

▲지난해 10월 23일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안이 가결된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셀트리온

지난해 말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셀트리온이 당초 공언대로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추진에도 나섰다.


그러나 셀트리온 개인주주들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때와는 달리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향후 셀트리온의 행보가 주목된다.


5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간 합병 타당성 검토를 위한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를 설립한데 이어 특별위원회는 오는 12일까지 합병에 대한 주주 의견을 확인하기 위한 '주주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성을 위해 두 회사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됐으며 향후 주주 설문조사 결과를 비롯해 외부기관 평가 등 합병 타당성을 종합 검토한 후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두 회사 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개인주주, 법인주주,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 셀트리온 주주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합병과 같은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에 앞서 주주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중립 입장을 지키며 설문조사 종료 후 다수 주주 의견에 따라 합병 여부에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앞서 서 회장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가 동의해야 합병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 왔다.


지난해 말 완료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은 셀트리온의 지분 약 35%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당시 개인주주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이 분식회계, 매출 밀어주기 등 셀트리온에 따라붙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익이 있다고 보고 합병 찬성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것이 개인주주들의 입장이다.


제조와 판매를 각각 전담하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은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 모두 높일 수 있는데 반해 기업규모가 상이하고 성장이 정체돼 있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은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합병 기대감에 고평가돼 있어 합병시 셀트리온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주주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교환비율(1:0.45)을 정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 2주당 셀트리온 주식 1주 정도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래도 셀트리온 개인주주들은 합병 명분이 있었던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합병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 주주들 역시 주가를 기준으로 교환비율을 정할 것을 요구할텐데 이경우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셀트리온제약 주식 2주당 셀트리온 주식 1주 정도를 가져가게 된다. 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매출, 순이익, 성장성 등 차이를 감안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금은 합병 타이밍이 아니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가치가 동등하게 평가되는 시점에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주주가 원하는 합병이 전제인 만큼 양사 주주의 절대적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셀트리온그룹의 입장"이라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일정 규모를 넘을 경우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요인이 되지 못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등 비용 부담까지 발생해 합병이 오히려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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