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의제를 정하지 않은 채 회담을 열어 정국 현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무 의제'는 막혀있던 회담 추진 논의를 뚫어내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로인해 '빈손 결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양자 회담은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26일 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기 위한 제3차 실무 회동을 한 뒤 각각 브리핑을 통해 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회담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이고 시간은 오후 2시로 잡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통해 양자 회담을 제안했고, 이 대표는 즉각 수용했다.
양측은 이후 의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일단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세 차례 실무회동 끝에 회담 일정과 형식에 합의했다.
회담은 오찬이 아닌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결정됐고,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기로 했다.
홍 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의제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신속히 만나겠다는 이 대표의 뜻에 따라 차담 회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국정 현안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의 방안을 도모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 정무수석,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비서실장,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각 3명씩 배석하기로 했다.
이 논의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전후로 강조해 온 현안들이 대거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실무 조율 과정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 도입,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도입, 윤 대통령이 각종 쟁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사과 등을 의제에 올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민생'이란 하나의 단어를 두고도 양측의 시각은 다소 달라 보인다.
이 대표는 회담에서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민생회복지원금(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소득 수준과 형편에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두 달 넘도록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의정 갈등 문제도 화두가 될 수 있다.
끝내 의료계가 불참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별도로 이 대표가 최근 제안한 국회 차원 '보건의료 개혁 공론화 특별위원회' 논의도 이뤄질지 관심이다.
채상병특검법 등 야권이 추진해온 각종 특검 도입 사안은 회담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은 이번 회담의 격과 무게 등으로 미뤄볼 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다.
다만 민주당은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앞에서 이 문제를 꺼낼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천준호 실장은 브리핑에서 '김건희 특검법'도 다룰 수 있는지 묻자 “특정 의제를 제한하거나 어떤 의제는 언급하면 안 된다고 한 건 없었다.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언급했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이 대표의 말을 최대한 경청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진석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초청했다기보다 이 대표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용산 초청이 이뤄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명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 일정 발표 전인 이날 오전 “의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우선 만나자고 하는 분위기"라며 “내가 윤 대통령이랑 여러 번 그런 식으로 만나봤지만 그렇게 만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울산에서 그런 식으로 만나봤고, 안철수 의원도 그 당시 종이 쪼가리가 뭐가 중요하냐 날 믿고 해보자 이런 식으로 만났다가 안 의원도 고생했던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어떤 협의나 대화할 때는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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