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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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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막겠다더니…세원이앤씨 부실경영 방패된 ‘초다수 결의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2 07:25

회계부정·배임·주가조작 등 논란에 책임 묻는 주총
범한메카텍+개인주주 합심에도 경영진 교체 실패
상법상 불법 논란 있는 ‘초다수 결의제’ 적용이 패착

세원이앤씨 CI

▲세원이앤씨 CI

코스피 상장법인 세원이앤씨의 주주들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교체하려다가 실패했다. 압도적인 지분율을 가지고도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도입한 '초다수 결의제'가 기존 경영진의 '알박기'에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열린 세원이앤씨의 임시주총에서 주주가 제안한 기존 이사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부결 이유는 정족수 미달이다. 이날 주총에는 총주식 수 5275만4273주 가운데 과반이 넘는(52.9%) 2769만주가 주총에 참여했다. 그리고 참석 주식 수의 89%가 넘는 2477만주가 주주제안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일반적인 주총이라면 압도적인 찬성표로 안건이 통과되겠지만 이날 세원이앤씨 임시주총은 정관에 따른 '초다수 결의제'가 적용되면서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됐다.


초다수 결의제란 적대적 M&A를 위한 안건에 대해서는 과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의결권이 모여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다는 정관상 조항이다.




세원이앤씨는 지난 2021년 세원셀론텍에서 분할하는 과정에서 정관을 변경해 전에 없던 초다수 결의제를 도입했다.


당시 정기주총에서 세원이앤씨는 정관 27조를 변경해 '적대적 기업인수나 합병 의결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으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수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안건이 가결되려면 전체 주식수의 75%가 주총에 참석하고 여기서 80%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충족하려면 이번 세원이앤씨 임시주총에서 약 3956주가 참석하고 이중 3164만주가 찬성표를 던졌어야 했다.


초다수 결의제는 기존 경영진이 적은 지분율로도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세원이앤씨는 지난 2022년 1월 최대주주가 에쓰씨엔지니어링에서 디지털킹덤홀딩스료 교체된 바 있다. 경영컨설팅 업체인 디지털킹덤홀딩스는 이후 보유 지분을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등으로 조금씩 잃었다. 결국 지난해 6월 디지털킹덤홀딩스의 지분율은 4.73%까지 쪼그라들고 범한메카텍이 장내매수로 주식을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범한메카텍의 지분율은 22%가 넘지만 '초다수 결의제'에 막혀 경영진 선임에 실패한 것이다.


범한메카텍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였던 두산메카텍이 전신인 특수목적용 기계제조 업체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방산업체 범한산업이 지난 2022년 인수해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이번 세원이앤씨가 적용한 초다수 결의제는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관에 초다수 결의제를 규정한 것이 상법에 위반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전주지방법원은 당시 우노앤컴퍼니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활용한 초다수 결의제가 상법상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초다수 결의제에 대해 “합병에 관하여 최종적인 승인권한을 주주총회에 귀속시킨 상법 제522조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원이앤씨는 지난해부터 대표이사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장이 접수되고, 문자를 이용해 주가를 조종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금감원 특사경의 압수수색도 받은 곳이다.


지난해 4월 감사보고서 거절로 현재 주식거래도 정지 중이다. 회계부정이 의심되고 특수관계인과 거래도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의견 거절의 이유다. 추가로 경영진의 배임으로 경찰고발까지 진행한 상태다.


한 세원이앤씨 주주는 “현재 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많아 지분을 모아 경영진 교체에 나서려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현재 회사가 자산을 매각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도 경영진 교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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