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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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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 전쟁 보다 더 큰 리스크가 온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4 10:40

에경연, 에너지안보 위험요인 및 단기전망 분석



지정학·기후는 예견된 리스크, 美대선 예측 힘들어



트럼프 당선 시 탄소중립 패러다임 싹 바꿀 수도



"정부 이미 대응 준비 착수, 전문위원회 권한 보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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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병효 기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안보 리스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러-우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하마스 전쟁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미-중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 변수는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이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어디까지 바뀔지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정학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 패러다임 자체가 중단 내지는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성규 해외에너지동향분석실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세계 에너지안보 위험요인과 단기 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세계 에너지시장은 에너지전환 시기에 복합적인 에너지안보 위험, 산유국과 미국-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11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정치적 위험, 기상이변과 엘니뇨 현상에 따른 기후 위험 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 위험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시스템 불안과 핵심광물 공급 위험을 말한다. 지정학 위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미국-중국 패권 분쟁이다. 기후 위험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 현상이 오는 4월까지 지속되고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위험들은 중대한 요인이긴 하나 이미 예견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고, 현 탄소중립 체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미 대선은 다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어디까지 바뀔지 종잡기가 힘들다. 전쟁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물론 중국과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탄소중립 패러다임이 대폭 약화되거나 아예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 역시 미 대선 변수를 중대하게 다뤘다.

그는 리포트에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중국에 압박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마스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럴 경우 에너지부문에서는 미-중을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망 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확대돼 국제 석유, 가스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반의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이 크게 약화되고, 화석연료 공급 확대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게 이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 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후환경 정책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먼저 기후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취해졌던 차량 연비규제, 전기차 의무판매 규제 등 각종 행정규제가 철폐되고, 파리기후협정의 재탈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현 바이든 정부가 구축한 반중국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미국이 탈퇴 내지는 최소 무역협정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국 이익에 크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안보 분야를 전담하는 국가안보실 제3차장을 신설하고, 신임 3차장에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을, 후임 경제안보비서관에 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안세현 교수는 미국, 러시아 정세에 정통한 에너지안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사실 에너지안보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기위원회 등 전문위원회가 구축돼 있지만 정치권의 영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위원회 권한을 보장하고 그에 따른 요금 및 발전량 조율 등의 결정을 존중해야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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