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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한국은행도 이번 달 예정된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자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 한국과 미국의 경제·금융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중단에 우리나라도 동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美 기준금리 2연속 동결에 시장 "비둘기파 전환"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시키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 6월 약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하다가 7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이후 9월과 11월에는 인상을 피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한 것이 연준의 두 번째 금리 동결 배경으로 지목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가계와 기업에 대한 긴축된 금융 및 신용 여건으로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묻는 질문은 ‘앞으로 금리를 더 올려야 할까’라는 것"이라며 "속도를 늦추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일(긴축)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나은 감각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9월 점도표와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그것은 누구든지 동의하거나 우리가 하려는 것과 같지 않다"면서 "점도표의 효과가 9월 회의와 12월 회의 사이 3개월 동안 아마 감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초 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매파적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은 이런 점들을 ‘비둘기파적 전환’(dovish pivot)으로 받아들였다.
◇ 韓 기준금리 동결 이어갈 듯...석달째 3%대 오름세 ‘물가’는 고심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미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2.0%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 원화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압박이 해소돼 한은은 인상 요인을 하나 덜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3.5%로 동결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2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에서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이 고려 요인으로 제시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물가가 뚜렷하게 하향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진 것은 물론 7개월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중동 분쟁 등의 영향으로 물가마저 급등할 경우 추가 인상을 둘러싼 한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도 한은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중앙은행들의 추가 긴축이 가능하다고 최근 전망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한은이 최종금리 목표치를 이미 3.75%로 제시한 상황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보험성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고 경제 성장률이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필요하면 다시 행동에 나설 옵션을 유지한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루벨라 파루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승리를 선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그것은 관리들이 현재로서는 더 긴축적인 선택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