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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與 대표 비주류 안철수·이준석…엇갈린 재기 행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7 15:48

安, 당에 '이준석 징계' 요구…'친윤연합' 모양새



李 "윤 대통령 오류 17개월"…당 주류 공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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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국민의힘의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내년 4월 22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엇갈린 행보를 시사하고 있다.

안 의원은 당 주류에 미운 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 징계를 강도 높게 요구하며 친윤석열(친윤)계와 다시 연합전선을 꾸리는 모양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주류를 정면 비판, 당과의 결별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윤 정부 들어 최저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민심을 잃은 상황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상반된 총선 준비운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서로 상대를 향해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내며 지적을 이어가기도 했다. 안 의원은 16일 이 전 대표를 향해 ‘오만방자한 응석받이’라고 비난했다. 이 전 대표가 회견에서 안 의원을 ‘아픈 사람’이라고 맞받아치자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회견 도중 눈물을 흘린 장면을 ‘악마의 눈물쇼’라고 폄하했다.

정치권에서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악연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총선 때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맞붙은 이후 충돌해 왔다.

안 의원이 이 전 대표 징계요구를 계기로 전당대회 이후 불편했던 친윤과의 관계 복구에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요구는 정치권 일각에서 친윤에 대한 일종의 ‘러브콜’로 해석됐다.

안 의원은 전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를 제소했다. 지난 14일 1만명을 목표로 이 전 대표의 제명를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 서명에 참여한 당원은 총 1만6036명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전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자기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를 당하고도, 방송 출연을 통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며 내부 총질만 일삼는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은덕을 입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당 쇄신을 위해 치켜세우고 대접해주었더니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며 "언제까지 이 응석받이가 당에 분탕질하는 것을 내버려 둘 건가. 지켜보고 계실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얼마나 마음 아파하시겠나"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준석을 내버려 두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에 또 내부 총질을 할 것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할 것"이라며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현재 지역구인 경기 분당갑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안 의원 지역구인 분당갑에 재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경기도청이 위치한 수원 지역구 등판설도 끊임없이 나오면서 대결 구도가 빗겨가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심이 저조해진 당에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안 의원보다 40분 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여러 차례 목이 메는 듯 말을 멈추고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며 "흔히들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더는 대통령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시도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검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결과로 전날 열린 의원총회 결과와 관련해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도 두려운가"라며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고서도 그 말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주 실망했다. 어제오늘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의 사자성어는 결자해지다. 제발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며 "선거 패배 이후 며칠 간의 고심 끝에 나온 메시지가 다시 한번 ‘당정 일체의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탈당 꼼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후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가 제명의 불길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과 당을 직격하며 악마의 눈물 쇼를 보여줬다"며 "탈당할 명분을 쌓으려는 잔꾀가 뻔히 보인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당내 비주류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 안팎에서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를 향해 "자꾸 당에서 매를 벌고 있다"는 견해도 내놓는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두번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지난해 7월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이유로 6개월 당원권이 정지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당을 ‘양두구육·신군부’ 등으로 표현한 발언과 법원 가처분 신청 등으로 1년 6개월 당원권이 정지돼 내년 1월 7일로 징계가 풀린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안 의원의 윤리위 제소로 세 번째 징계를 받는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당내 입지를 다지기는 어려워지는 만큼 국민의힘에서는 정치활동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이 전 대표는 새 정당의 창당 또는 새로운 정치세력과의 연대, 아니면 탈당 등을 거쳐 무소속 출마의 방식으로 내년 총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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