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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가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지속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차 대표는 대한민국 ‘층간소음 1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석사·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07년부터 주거문화개선연구소를 설립해 층간소음 관련 상담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책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를 집필하며 층간소음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차 대표가 층간소음 문제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박사과정 당시 우연히 신문으로 접한 층간소음 피해자 인터뷰 때문이다.
차 대표는 "2001년 박사과정 때 우연히 접한 한 층간소음 피해자의 인터뷰를 통해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전문가가 없다고 느껴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관심을 받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층간소음은 ‘일부 예민한 사람들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층간소음 갈등은 살인·살인미수·폭행 등 강력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차 대표는 설명했다. 실제로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층간소음과 관련해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7건에 달한다. 특히 2013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발생한 살인 사건은 차 대표 뇌리에 지금도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설날 층간소음 분쟁이 촉발돼 아래층 남자가 위층 형제를 죽이고 형제의 아버지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형제 사망 19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다.
차 대표는 "면목동 층간소음 살인사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핏자국이 남아 있어 그날의 참혹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며 "층간소음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여전히 층간소음으로 인해 폭행과 살인은 발생하고 있어, 늘 미안하고 안타까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층간소음 강력범죄와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민원상담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대표는 "획일적 접근으로 인해 효과가 미흡한 현 층간소음 상담시스템에 민원인은 불만과 거부감을 보인다"며 "민원인 한 사람,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진단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층간소음 분쟁이 매년 증가 추세인 만큼 신속하고 지속적인 대응을 위해 공동주택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차 대표는 강조했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9년 3만 2785건, 2020년 4만 5868건, 2021년 5만 3429건, 2022년 5만 5504건을 기록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2023년 6월 기준 3만 2296건을 기록했다.
차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층간소음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 대책의 골자는 이미 지어진 기존주택은 매트 등으로 층간소음 성능 보강을 지원하고, 앞으로 지을 주택에 대해서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를 완공한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 검사를 하고 검사 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으로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차 대표는 "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준공평가 허가를 받을 때 하나의 필수 항목처럼 바닥충격음에 대한 사후 평가를 하고 있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전혀 색다른 것은 아니다"며 "제도 시행으로 큰 갈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아파트에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매트는 국토교통부 정책발표 후 단 1건 정도만 신청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차 대표는 현재 층간소음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층간소음 기준은 야간을 기준으로 34dB(A)인 반면에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권고안은 30dB(A)"이라며 "세계 기준 수준으로 국내 기준을 점차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층간소음 측정 방법은 1분 동안 뛰는 소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현장은 아이들이 1분 동안 뛰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현재 층간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층간소음 피해기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기간이 6개월 이내인 경우는 이웃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은 층간소음 해결의 골든타임인데, 이 기간에는 직접 피민원인에게 접근해 해결을 강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피해기간이 1년이 초과한 경우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감정이 심하게 상한 상황이므로, 가능한 한 전문가나 관리소 등 제 3자의 도움을 받아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