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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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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 vs 거절 간소화? 4천만 가입자들 운명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5 08:16
보건의약 4개 단체 국회 앞 공동 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촉구 공동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국민 4000만명가량이 가입한 실손보험 청구·지급 과정을 간소화하려는 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금융소비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의료계 등은 보험사의 ‘데이터 오·남용’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했다. 그러나 일부 이견이 있어 오는 18일 전체 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이 개정안은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서는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를 간소화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올라가 입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 의약계와 환자 단체 등이 반대해 법사위 통과가 미뤄졌다.

그간 이 법을 둘러싸고 보험업계는 찬성, 의료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첨예하게 대립해 왔는데, 법안 통과 직전까지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보험업계 측은 현재 복잡한 절차로 업무 처리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실손보험금을 제때 청구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3997만명이며 연간 청구 건수는 1억건에 이를 정도로 국민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청구상 불편 등으로 보험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이 연평균 약 2760억원에 달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험업계가 자발적으로 연 3000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법안 지지를 한다는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 보다는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필수적인 범위를 넘어 정보를 ‘과잉 수집’하고, 이를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보장성이 악화한 보험 상품 출시 근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실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보는 손익은 4세대까지 이르면서 최초 1세대에 비해 현격하게 개선된 상황이다.

의료계는 또 의료법 21조에서 ‘의사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 진료기록 또는 조제 기록부를 열람케 하거나 사본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법사위 수석 전문위원실도 정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정신건강복지법은 의료법 21조에도 보호의무자의 열람 및 사본 발급이 가능하다고 규정돼있다. 보건복지부의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업무 지침’에도 다른 법 규정에서 의료법 21조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안전관리의 장이 환자의 기록 요청 시 의료기관은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법제처 해석도 있다.

법적 하자를 문제로 의료계가 정계 입법을 단념시키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여론 살피기’가 법안 처리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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