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곳곳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서울 곳곳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의도, 목동뿐만 아니라 노원구와 도봉구 등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조합 대신 사업 시행을 맡아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조합설립인가 과정이 생략돼 빠른 사업이 가능하지만 높은 수수료가 단점으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수수료율이 최근 하향 조정됐고 사업장마다 공사비 갈등이 반복되자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는 재건축 시행자를 선정해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학신동아1단지는 앞서 올해 7월 예비신탁사(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이달 1일 코람코자산신탁-교보자산신탁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함에 따라 지난 4~5일 신탁 방식 주민동의를 위한 예비신탁사 선정 설명회를 열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는 지난 1986년 준공된 316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도봉구 재건축 대어로 평가받는다.
노원구의 220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상계주공 3단지도 재건축 사업을 신탁방식으로 방향을 정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재건축 사업 진행방식 투표에서 신탁방식이 결정된 것이다. 상계주공11단지도 지난 6월 신탁방식 재건축 방식을 채택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021년 5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올해 1월 GS건설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선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중 다수가 신탁 방식을 선택했다. 시범아파트뿐만 아니라 은하, 광장, 공작 등 7개 단지가 신탁사를 선정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14개 단지 중 4개 단지가 신탁방식을 채택했다. 목동 14단지는 가장 먼저 KB부동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9단지와 11단지는 한국자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0단지는 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에서도 신탁 방식을 채택한 재건축 단지가 등장했다. 서초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6일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과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삼풍아파트는 23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서초 법조타운에 위치해 지역 내 재건축 대장주로 꼽힐 만큼 사업성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신탁 방식 재건축이 인기몰이를 하는 큰 이유는 신탁 방식의 최대 단점이었던 높은 수수료율이 최근 하향 조정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신탁사가 조합에서 받는 수수료는 분양수익의 최대 4%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1~2% 선에 형성돼 있다.
아울러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사업 연기·중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정비사업장은 현재까지 전체 13곳으로 집계됐다. 공사비 검증 요청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만 향후 신탁 재건축이 대세로 자리 잡을지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신탁 방식을 선호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신탁방식 재건축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은 신탁방식의 사업결과물이 조합방식에 비해 월등하게 나타난 사례가 많은 것이 아니다"라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