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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 |
23일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 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모두가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경우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뒤 이달까지 합쳐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게 된다.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와중에 소비와 투자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런 와중에 이달 중순까지 수출이 16% 넘게 줄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278억5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도 물가 안정추이가 지속되고 있어 한은의 금리 동결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이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은이 향후 6개월 이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다시 인상할 것이란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키움증권의 안예하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보지만 매파적인 태도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엔 부동산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가계대출이 다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는 기대감이 확산할 경우 가계대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한은은 올 연말 인플레이션이 다시 3%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지면서 달러 대비 완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재긴축의 또 다른 명분으로 거론된다. 이달 들어 아시아 통화중 가장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원화 환율은 최근 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기준금리를 오는 9월 연방공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하더라도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5.5%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11월 회의까지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은 40%에 육박한 상황이다.
DB금융투자의 문홍철 전략가는 "완화 환율이 더 오를 경우 한은은 경제 펀더멘털과 상관 없이 금리를 다시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이번 금통위에선 환율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대출 증가, 인플레이션 반등이 한은 우려사항"이라며 "한미 금리차에 따른 원화 가치의 하방 압박도 (금리 인상의) 또다른 동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