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폐지를 수거하는 고령자 모습. |
사적 연금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방안과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이 정부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원은 감사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제도와 운영을 책임진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에 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공적연금뿐 아니라 사적연금까지 포함한 연금소득 전체를 파악하고 이를 다른 소득과 함께 소득금액에 반영해서 가입자 건보료를 물리는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당시 감사원은 "사적 연금소득의 규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적 연금소득과 달리 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등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금소득의 경우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금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과 같은 사적 연금소득에는 보험료를 매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감사원 지적에는 아직 한국에서 사적 연금시장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준조세 격인 건보료를 사적연금에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심명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사적 연금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논의 및 쟁점’이란 글에서 "공적연금은 운영 주체인 정부 등이 부담금을 지원했기에 건보료를 매기더라도 다소 수긍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사적연금에는 "개인이 월급에서 이미 보험료를 납부(원천징수)한 세후소득 중 노후를 준비하고자 자발적으로 납입한 저축성 성격의 사적연금에 보험료를 다시 부과하면, 이중 부과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월급에서 건보료 뗐는데, 정부 지원 없이 가입한 사적 연금에까지 건보료를 부과하면 사실상 건보료를 2번 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적연금에 보험료를 매길 경우 퇴직자가 다층적 노후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게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고자 1994년부터 사적연금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연금 계좌 납입액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도 있다.
문 입법조사관은 "이런 상황에서 사적연금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로 노후 소득 보완 수단인 사적연금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국민이 노후 준비를 하고자 사적연금을 활용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노후 대비’ 핵심인 국민연금 보장성이 큰 폭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복지부 산하 전문가 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8일 21차 회의에서 ‘더 내면서(보험료율 인상), 더 늦게 (수급개시연령 후향), 똑같이 받는(소득대체율 유지)’ 연금 개혁안을 정부에 제언키로 했다.
최종보고서에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5년마다 0.6%씩 올려 각각 12%와 15%, 18%까지 끌어올리는 3가지 시나리오를 담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2055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다.
연금 수급개시연령도 66세, 67세, 68세까지 늦추는 3가지 방안이 담긴다.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 65세까지 5년에 1세씩 늦춰지는 중인데, 올해는 63세다. 수급개시연령만 따지면 소진 시점은 각각 2057년, 2058년, 2059년까지 2년, 3년, 4년 늦춰진다.
이밖에 기초연금에는 현재 소득 상위 70%인 수급 대상을 낮추는 방안을 향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수준의 내용이 언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노후 대비’ 축소 성격의 조치들이 어느 정도 선까지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사적 연금에 대한 건보료 부과와 관련, 연금소득으로 노후를 보내는 연금 생활자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개편 보고서 역시 보장성 강화파 주장에 ‘소수 의견’ 딱지를 붙이자는 재정 안정파 주장으로 인해 ‘소득대체율 상향’ 시나리오가 통째로 빠지면서, 명분에 타격을 입었다.
보장성 강화파 일부 위원들은 이런 대립으로 수차례 회의 자리를 뜨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제출 시한인 10월이 내년 총선을 불과 반년 앞둔 시점이라 ‘개혁 드라이브’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소득 빈곤율이 해결되지 않고 60세 정년에 대한 연장 논의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 보장 축소 방안이 나올 경우 비판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