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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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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설업 밥그릇만 챙기는 ‘칸막이 규제’ 수술 들어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0 11:47

종합-전문업 상호시장 수주불균형 초래…종합업만 유리



허종식·김민철 의원 등 국토위 관련법안 손질 발의



국회조사처는 종합-전문 중재하는 ‘혁신위’ 설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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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이 허용됐지만 종합건설만 수주하는 수주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어 국회에서 관련법안 손질에 나섰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페이퍼컴퍼니, 불법하도급 근절 등과 건설산업 구조의 혁신 이유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업역 칸막이’를 허물었지만 관련 법안이 중소건설업의 존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면허등록에 제한이 있는 전문건설업 보다는 종합건설업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어 수주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어 법안 손질이 힘을 받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회입법조사처 및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은 이같은 수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주 불균형 방지 등 내용을 담은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선다. 상대적 약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국토교통부의 전형적 탁상행정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1976년부터 50여년 간 종합과 전문으로 건설업을 구분하고, 건설업 면허의 중복을 제한하는 업역 규제를 지난 2018년 폐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 종합건설업체가 2억원 미만 전문공사 진출을 제한하고 내년부터는 상호시장 진출을 전면 허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종합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 시행한 이후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보다 상대시장 공사를 초과 수주함에 따라 수주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종합은 3520건(31.5%), 1조 1860억원(27.3%)의 전문공사를 수주했으나 전문업체는 712건(7.3%), 3271억원(4.3%)의 종합공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 2022년에도 종합은 2958건(31.6%), 1조2985억원(26.5%)의 전문공사를 수주한 반면, 전문업체가 수주한 종합공사는 689건(9.2%), 3895억원(6.7%)에 불과하다.

전문건설업을 운영하는 사업자 A씨는 "종합건설업은 면허 하나만으로 모든 전문 공종에 입찰 참여가 가능한데, 전문건설업은 여러 면허를 보유하지 않으면 종합건설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이같은 법안은 전문업종을 사실상 죽이는 입찰방식이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전문업체를 보호하고자 2억원 미만 공사는 전문업체만 할 수 있던 것을 지난 2021년 4월부터는 3억원까지 전문업체만 수주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문건설업계는 5만여 중소 전문업체들의 설 자리가 없어 입찰 참여 및 금액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도 나섰다. 지난 5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종합·전문 건설업 업역 분리법안을 발의해 각 업역의 전문성을 고수토록 했다. 같은 당 김민철 의원도 지난 7월 공사예정금액 3억5000만원 미만의 소규모 전문공사에 종합건설사업자의 진입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문건설업을 대변하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상호시장진출 허용에 따른 산업경쟁력 영향에 대해 ‘향상되지 않았다’는 등의 여론조사를 도출해내기도 해 국토부의 탁상행정 비판에 더 힘을 실었다.

다만 종합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 역시 대부분이 중소업체로서 보호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한건설협회 소속 건설사 회원들 90% 이상은 중소업체다. 종합건설업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18년 당시 전문건설업계와 함께 국토부와 함께 협의하고 결정했던 일들인데 계속 종합건설업만 가해자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자 국회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진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이해당자 간 협의절차를 마련해서 정기 및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조정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 혁신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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