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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천이 뭐길래?…총선 때만 되면 되풀이 되는 주류-비주류 갈등 격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5 12:51

국민의힘, 당무감사 예고에 비주류계 ‘공천 학살’ 우려



민주당, 혁신위 ‘공천 룰 개혁’에 비명계 "시스템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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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정근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 신의진 당무감사위원회 위원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에서는 공천 시스템을 마련하기에 한창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거친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으로는 ‘당내 비주류 공천학살을 위한 줄 세우기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전국 당원협의회(당협)를 대상으로 정기 당무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계에서는 당무감사 예고와 함께 ‘총선 줄 세우기’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당무감사 결과는 당시 ‘공천학살’로 이어진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감사도 당내 비주류 인사들을 솎아내 공천 배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혁신위원회를 내세워 대의원제와 공천룰 손질을 예고했다. 당내에서는 대의원 권력을 사실상 축소하고 이미 마련된 공천룰을 손보겠다는 움직임을 두고 ‘비이재명(비명)계 공천 학살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총선 때마다 공천을 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건 이미 공식화한 정치계 풍경이라며 아무리 ‘시스템 공천’을 내세워 객관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당 지도부가 정하는 기준인 만큼 계파 갈등이 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당을 떠나서 총선 때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계파들이 공천 갈등을 겪는 건 공식화했다"며 "현재 각 당이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그 시스템 기준을 정하는 건 당 지도부이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없는 객관적인 공천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을 둔 주류와 비주류 계파 갈등은 언제나 이어져 왔다"며 "과거에는 노골적으로 갈등 상황이 드러난 것 뿐이고 어느 시절이든 여야 간 공천과 관련해 계파 갈등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 갈등이 마냥 나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 갈등이 정치 변화와 권력 변화를 촉발시킨다"며 "정당이 총선에 적정한 인물을 공천하느냐, 그리고 국민에게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예현 평론가는 "공천이란 시대의 변화나 흐름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요구까지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국회로 진입시키는 과정이다"라며 "각 당에서 이런 원론적인 논의가 완전 실종된 상태다. 명분 없는 갈등만 이어가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전 평론가는 "지금 당내에서 벌어지는 계파갈등은 서로의 공천 권력을 쥐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적 명분을 얻거나 긍정적인 관심사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대흐름에 맞춰가려면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 반영할 수 있는 인사를 공천해서 정당이 민의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우리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정책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어떤 인물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당무감사 예고에 비주류계 ‘공천 학살’ 우려

국민의힘은 총선 공천에 대비하고자 오는 10월부터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정기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3일 "2023년도 정기 당협 당무감사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기 당무감사는 오는 10월 중순에 시작해 11월 말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전국 253개 당협 가운데 사고 당협을 제외한 209개 당원협의회가 대상이다. 취합한 사전 점검자료를 바탕으로 현장 감사가 실시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무감사에서 기존 평가기준뿐 아니라 당원·당협 관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 총선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당협위원장의 경쟁력, 인지도, 지역평판, 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당무감사 결과는 내년 총선 공천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위한 당무감사에 돌입하면서 당 안팎으로는 특정 계파 의 ‘공천 학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만년 비주류의 숙명 같다"며 "그냥 공천 주기 싫다는 이야기를 해운대 빨리 떠나가라, 공천 안 준다는 이야기는 못 하니까 이런 경쟁 비주류는 항상 잘린다는 게 있어서 제가 매번 총선 때마다 경선을 안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계파 없이 엄중한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 위원장은 "이번 당무감사는 제22대 총선 당선 가능성에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 검증뿐 아니라 원내 당협위원장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 검증뿐만 아니라 원내 당협위원장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기 당무감사를 진행하는 건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2019년 10월 당무감사를 진행한 결과 대구·경북지역(TK) 의원들이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명단이 돌았고 현역 교체율이 64%에 달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6년 총선에서는 대구와 경북의 현역 의원 교체율이 각각 75%와 46%에 달했다. 당시 비박근혜(비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총선 참패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당 시절이던 지난 2007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계파가 나눠졌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당내 친이명박(친이)와 친박근혜(친박) 모임으로 쪼개졌다. 이후 2008년 총선 때 친박계 의원들이 ‘살생부’에 오르기 시작했고 이에 반박해 당을 나와 친박연대 정당을 만들기도 했다.



◇ 민주당, 혁신위 ‘공천 룰 개혁’에 비명계 "시스템 무시"

민주당에서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친이재명(친명)계에 힘을 실어주는 3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천과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 10일 활동을 조기 종료하면서 그동안 비이재명(비명)계가 반대해왔던 대의원제 비율 축소에 대한 내용을 혁신 안건으로 담았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대의원 30%·여론조사 25%·일반당원 5% 비율이다.

혁신위는 대의원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와 국민여론조사 30%만으로 선출토록 제안했다. 또 대의원을 지역위원장이 아닌 당원이 직접 뽑는 대의원 직선제도 권고했다.

혁신위는 계파 갈등의 뇌관인 공천 룰 혁신 방안도 꺼내 들었다.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를 대상으로 경선에서 적용되는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혁신위는 감산 대상을 하위 30%로 늘리고 △하위 10%는 40% 감산 △하위 10~20%는 30% 감산 △하위 20~30%는 20% 감산할 것을 제안했다. 탈당을 하거나 경선에 불복한 전력이 있는 후보는 현행 감산 25%에서 50%로 폭을 늘렸다.

혁신위 활동은 끝났지만 혁신안에 따른 당내 계파 갈등의 여진은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다.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오로지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발표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은숙 최고위원은 혁신위 엄호에 나서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든다는 점을 자각했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아직까지는 ‘공천 룰’이 확정되지 않아 심각한 갈등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계파갈등은 언제든 격화할 수 있다. 민주당의 공천 관련 계파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역대 총선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공천 갈등이 불거졌다.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당시 노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을 계기로 후보교체론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친노무현(친노)와 비노무현(비노) 간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친노세력이 노 전 대통령 취임 후 공천과 당권을 두고 세력 갈등을 벌이다 집단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총선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후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에는 호남권 공천에서 현역의원 6명이 탈락되기도 했다.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지역구를 옮긴 의원까지 포함하면 호남 의원의 44.8%이다. 그 자리에 친노 인사들이 대거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지난 2016년에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계파갈등이 심화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찢어지기도 했다.

또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범친노무현 진영이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친노계 상징인 이해찬 의원과 친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범주류인 정세균계의 전병헌, 강기정, 오영식 의원도 낙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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