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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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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달걀, 소방당국 묵살에 "청소년들 불만 많아서"까지...잼버리 총체적 난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3 19:41
잼버리 병원에 도착한 119 구급대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 앞에 119 구급대가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 속에 알리겠다며 유치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극심한 폭염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당국 준비와 대응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일 연합뉴스에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은 온열질환자로 파악됐다. 잼버리소방서는 개영식이 열린 하루 동안 구급 출동 304건, 구조 1건, 응급처치 18건을 처리했다.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지만, 한낮 동안 데워진 열기로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 야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더구나 지난달 쏟아진 기록적인 장맛비로 생긴 물구덩이가 한낮 더위에 데워져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창궐한 모기떼 등 각종 벌레에게 물려 병원을 찾는 대원들도 속속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조직위 준비 상황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회 시작 전 준비된 병상은 50개로 4만 3000여명 참가 인원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 데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원들에게 지급된 달걀 등 식재료는 무더위에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정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 스카우트 대원이 신고한 구운 달걀 제품에서 곰팡이를 발견되자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개영식 당일 소방당국 ‘행사 중단’ 협조 요청에도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를 한동안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소방본부는 전날 오후 10시 54분께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사안이 그리 중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불꽃놀이만 생략한 채 행사를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어갔다. 소방당국 요청으로부터 30분 가까이 행사를 더 진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소방당국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길래 신속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인 줄 알았다"며 "확인해보니 그런 중한 상황은 아니었고, 갑자기 행사를 취소하면 참가자들이 동요할 우려가 있었다. 당시 행사 중단이 참가자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음악이 크게 울리고 사람이 많은 행사장에서는 환자를 찾기도, 경증·중증을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구조에 애로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행사가 열리는 전북도의 도의원이 온열 질환을 ‘청소년 정신력’ 문제로 치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염영선 전북도의원(정읍 2)은 이날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잼버리 관련 게시물을 올리자 "다른 의원들과 다수의 언론은 폭염을 걱정하는 데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어 "대부분 해외 청소년은 얼굴이 빨갛게 익었지만 해맑았다"며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다.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 참가비마저 무료니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며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라며 "이번 잼버리를 통해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거듭나 전북과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끝맺었다.

염 의원은 이 글이 논란이 되자 5시간 만에 삭제했다.

그러나 염 의원 주장과 달리 이번 행사에 청소년을 파견한 외국 정부들은 청소년들 안전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국 스카우트와 한국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라며 "잼버리 대회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은 이번 행사에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약 4500명의 청소년을 파견했다.

주한미국대사관도 "이번 행사와 관련한 상호 우려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역 환경단체도 참가자 안전을 위협하는 대회 일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전북녹색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4만 3000여명의 청소년과 자원봉사자, 대회 관계자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대회 강행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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