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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입국 산업용 전기요금 추이. 한국전력 |
한전이 주력 제조업 중심 수출 대기업, 농사용 전기 등 다른 산업분야에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해 과도하게 지원하고 있는 게 눈덩이 적자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기업 등의 자체 경쟁력 강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한전이 적자구조를 벗어나게 하려면 국내 전력 소비의 55% 정도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25일 "생산원가가 반영되지 않은 왜곡된 요금 정보는 국가적 측면으로 보면 비효율적 소비를 유도하게 된다. 전력소비를 줄여야 하는 시기에 전력소비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하며, 전력보다 다른 에너지 가격이 저렴한 시기에는 대체 가능한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 소비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가격정보로 인해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비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덕 실장은 이어 "전력소비자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 농가 등 전력 이용 주체들은 비용과 자신의 수입을 고려해 극대치의 편익을 발생시키는 합리적·효율적 소비를 하지만 왜곡된 가격체계로 인해 국가적, 비효율적 에너지소비로 귀결되며 결국 전기 판매(공급) 사업자인 한전의 적자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에 대한 저렴한 전기요금체계가 한전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도 이날 "한전의 적자 구조의 시작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일명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는 친기업 정책을 시행했고 그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에 공급하면서부터였다"고 주장했다.
유승훈 교수는 "기업들이 1차 에너지인 화석연료보다 더 저렴한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적극 소비하면서 전기화가 급속도로 진행됐고 산업용 전기 소비 급증으로 2011년 9월 15일에는 순환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여기에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줄어들면서 발전용 유연탄 생산업자들이 줄어들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 의무화제도로 전기 구매비용도 늘어났다"며 "비싼 전기를 발전사들로부터 구매한 한전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인상된 가격과 연동해서 전기요금을 청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에 원가가 반영되지 않아 에너지가격의 변동에 대한 국내 전력소비자들의 노출 빈도를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만들고 이는 결국 전력소비자들이 요금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내 에너지 대용량 사용자는 대부분 철강과 자동차 분야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들로 전기요금이 높아지면 이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전력 사용에서 산업용 전기 비중이 5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산업용 전기 원가 회수율은 7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외국에서는 한국 정부가 산업계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다소비 주제들이 전기요금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는 전기요금 차등 적용제도의 도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5월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에너지 공급의 지속가능성 확보,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력을 많이 쓰는 철강·자동차·전자 등 주력산업 대기업 등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의 25% 수준으로 알려진 농사용 전기 등 각종 전기요금 특례 제도의 개편으로 할인 폭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사용 전기는 2025년까지 8.0원의 요금을 3년에 걸쳐 3분의 1씩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같은 전기요금 제도 개편 추진은 고물가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받는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릴 수 없고 이 경우 늘어나는 한전의 적자해소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