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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가정용 전기요금이 통신비 수준이었다면 한국전력공사가 상당 폭의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가구당 전기요금이 1인당 통신요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의 전기요금이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요금폭탄이나 원전 등 과도한 발전설비 건설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19일 "지난해 여름 이후 전기요금은 ‘kWh당 28.5원’ 올랐다. 요금 인상의 부담이 클 수도 있지만, 가구당 전기요금이 한 사람 통신비(1인당 6만원) 수준도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은 가격 신호에 반응하기 마련이고, 행동 변화를 통해 에너지 고효율-저소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도 2∼3배의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다양한 절약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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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8개 분기 45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생산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소매요금이 주요 원인이었다.
한전에 따르면 월평균 전기요금은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1인 가구 3만 4630원, 2인 가구는 4만 7180원, 4인 가구는 5만 1010원이다.
2022년 한국 사회지표 상 1인, 2인, 4인 가구 비중은 각각 33%, 28%, 15%로 가구당 월평균 전기요금은 약 4만5000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가구의 전기요금 지출은 월평균 9328억5000만원, 1년에 11조 1942억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발표한 가계(家計) 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는 월평균 13만1000원이었다. 전기요금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국내 가구수가 2073만임을 감안하면 전체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약 2조 7156만원, 1년에 32조 58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술적으로 현재 통신비 3분의 1 수준인 전기요금이 통신비와 같았다면 한전의 연간 전기요금 수입은 통신비 32조 5876억원의 2배인 67조1652억원이 된다. 이같은 산식에 따르면 한전은 45조원의 적자가 아닌 22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후 전력수요 증가를 이유로 신규 원전을 대거 추가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날 "지나치게 저렴한 전기요금이 유지된 것이 과거 2011년 순환정전이나 탈원전 논란 등 심각한 사회 문제의 원인이었다"며 "수년 전부터 여름철만 되면 반복되는 누진제 논란도 저렴한 전기요금과 이로 인한 냉방소비 증가가 원인이다. 1990년대 까지만해도 발전설비 부족으로 가정 지출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발전설비가 충분히 확충되면서 저렴한 전기요금이 유지된 게 지금까지 이어져 고착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발전설비가 과도하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이라며 "우리라나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운데 가장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전기요금이 통신비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전기소비 문화 확산과 적절한 발전설비 유지를 위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