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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최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관련 자료를 폐기한 실무 공무원들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달 10일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을 전격 임명한지 보름만이다.
윤 대통령의 강경성 차관 임명은 당시 전임 박일준 차관이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누적 등을 이유로 여권의 사퇴압박을 받았던 정승일 한전 사장 퇴진 등 문제와 관련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것에 대한 문책 인사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산업부가 강경성 차관 부임 이후 최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실무 공무원들을 해임 징계하자 부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윤 대통령의 강경성 차관 임명이 결국 탈원전 관련 실무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을 겨냥했던 것 아니었냐는 분석들이 관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은 강경성 차관 임명 전날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 돼서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 조치를 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바 있다.
14일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의 A(56) 국장과 B(53) 과장, C(48) 서기관 해임이 지난달 25일 결정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부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법에 따르면 이들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보고서 만들고 이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 등에 보고하고,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감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공무원들은 항소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소할 경우 복직이 가능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들이 항소할 경우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 분들이 정치적으로 탈원전이나 이런 정책을 수행한 것 때문에 형량을 받았으면 돌이킬 가능성이 있겠지만 문서 파기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항소를 하더라도 실형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상급자들의 지시라고 하지 않았으니 본인들의 해임이 결정된 것"이라며 "이 문서 파기 건은 애매하다. 상급자 지시였다라고 하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가 있으면 이 3명의 공무원보다 상위 직급자들이 처벌 받을 수 있으나 없으면 개인 판단으로 자발적으로 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3명 중에서도 가장 하급자의 경우 사실상 지시에 의해서 한 것이니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여당과 에너지업계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담당하던 공무원들이 정권이 바뀐 뒤 반대로 탈원전 폐기 정책을 앞장서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산업부 등 정부부처에서는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한 결과가 징계로 돌아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라는 볼멘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일만 잔뜩 시켜놓고 일 터지면 나몰라라 하는 관가의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에 해임된 3명은 백운규 전 장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2018년 4월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하겠다고 보고한 원전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윤모 당시 산업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자료폐기와 증거인멸은 적극행정이 아니다. 직원들의 그런 행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서 삭제 행위는 올바르지 않다. 관련규정에 따라 조사를 거쳐 관계자 문책 등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감사 방해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기에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바뀌었다고 탈원전 정책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을 징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에 해임된 공무원들도 감사 방해죄인 거지 탈원전 정책을 수행했다고 해서 형을 받은 건 아니다. 현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했다고 당시 공무원들을 처벌하는 것은 공직사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