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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본사.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사의를 표명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후임 하마평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14일 에너지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정승일 사장의 사의가 아직 최종 수리된 것은 아니지만 정 사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정치인·학계 인사 등이 다양하게 자천타천 거론된다.
우선 관료 출신으로는 △조석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대표(행시 25회, 지식경제부 2차관) △한진현 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행시 25회,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행시 27회, 전 산업부 2차관) △김준동 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행시 28회, 전 지식경제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특히 김준동 전 상근부회장을 추천하는 인사들이 많다. 업무능력, 정치권 및 언론과의 소통력 등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신산업정책관 등을 지내 에너지 및 신산업 등 분야에 두루 정통하다. 또 집권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수석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쌓은 탁월한 정무감각과 폭 넓은 정치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전의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로 지목받고 있다. 지식경제부 대변인으로도 활동해 언론과의 소통도 비교적 원만한 편이다. 김 전 상근부회장은 행정고시 기수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보다 1기수 아래이고 이창양 산업부 장관보다는 1기수 위다. 다만 그간 차관을 지낸 인사들이 맡아온 한전 사장에 1급 실장 출신인 그를 기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의 후임 한전 사장 얘기도 흘러나온다. 3년 넘게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행시 최연소 수석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산업부에서 에너지절약추진단장, 통상 차관보 등을 역임해 최근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인 에너지효율화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대응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힌다.
조석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고 강한 리더십을 가져 가는 곳마다 뚜렷한 업무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진현 전 상근부회장은 전략물자관리원 이사장,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석좌교수,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 등을 지내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이관섭 수석이 새 한전 사장으로 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수석은 에너지분야 정통 관료 출신으로 한수원 사장, 산업부 1차관,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 수석에 특별히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이 수석이 대통령 차기 비서실장으로 갈 수 있다는 설과 산업부 장관으로 가기에 앞서 한전 사장을 거쳐갈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혹은 이 수석이 산업부 장관으로 직접 가면서 한전 사장에 이창양 현 장관이 갈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한전의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아 이번 기회에 정권 실세 또는 장관 출신을 새 한전 사장에 전격 임명, 한전의 위기를 돌파하고 한전 사장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전 사장은 통상 차관을 지낸 뒤 가는 게 관례였다. 최근 관료 출신으로 한전 사장을 맡았던 정승일·김종갑· 조환익 사장 모두 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이관섭 수석이나 이창양 장관이 한전 사장으로 가기 위해선 공무원 퇴직 후 3년 취업제한의 벽을 넘어야 한다. 다만 정승일 사장도 2020년 1월까지 산업부 차관으로 재직한 뒤 2021년 4월 한전 사장에 부임했다.
박일준 전 차관이 후임 한전 사장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차관은 최근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설도 나온다. 박 전 차관을 후임 한전 사장에 임명하기 위해 먼저 박 전 차관을 교체하고 그 자리로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보관을 승진시켰다는 것이다.
박 전 차관은 현 정부 출범부터 산업부 2차관을 역임하며 최근까지도 에너지 공기업 자구노력과 한전 적자문제를 총괄해왔다. 당초 관가에서는 박 전 차관이 무역보험공사 사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한전 상황의 수습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승일 사장이 사실상 정치권의 강한 압력으로 물러난 만큼 여당 유력 정치인이 갈 수도 있다는 설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 자리에 관료 출신들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최근 부임했다.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은 그간 전문성 등을 이유로 관료 출신들이 사실상 독차지해왔다.
정치인이 새 한전 사장으로 간다면 한전이 국내 최대 공기업인 만큼 경제관료 또는 기업인 출신으로 대구경북(TK) 등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의 공천 불출마 또는 낙천 대가로 보은 차원에서 낙점될 수 있다고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학계 출신 에너지전문가의 발탁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적극 대변해온 손양훈 인천대 교수 등 에너지 전문가들이 물망에 오른다. 이들은 모두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을 지냈고 정책 자문 등에 대해 많을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정책과 실물 모두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들이 한전에 놓인 난제들을 풀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문을 내놓기도 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자원공학 전공자로 한전 이사회 의장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등을 지냈다.
다만 김 명예교수의 경우 올해 72세로 비교적 나이가 많고 이념적 성향과는 달리 관련 주요 자리를 문재인·노무현 정부에서 맡아온 점이 기용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학계 출신이 거론되는 배경은 윤 정부의 황주호 한수원 사장 임명이다.
학계 출신으로 국정기조에 맞게 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용후핵연료 정책 등을 잘 추진하고 있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원전 수출을 굉장히 중요시 하고 있는 만큼 한수원과 한전의 ‘원전 수출 원팀’을 이룰 수 있도록 황 사장과 호흡이 잘 맞는 교수 출신을 선임할 수 있다"며 "에너지위기 상황에 에너지안보와 전기요금, 전력산업구조개편 등을 추진하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보다는 전문 지식을 보유한 학계 출신 에너지 전문가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누가 됐든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책임감 있게 한전 구조조정이나 전기요금 인상 등을 추진, 한전 경영을 정상화할 전문가가 와야 한다"며 "정부도 후임 사장 선임 후 이번처럼 정치적으로 한전을 흔들면 이제는 정말로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