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아베 악몽’ 1년도 안됐는데…기시다 노린 폭발물 테러에 日 충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5 19:57
JAPAN-KISHIDA/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에서 현지 보궐선거 지원 연설을 위해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현직 총리를 겨냥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물 투척 사건이 일본에서 15일 발생했다.

NHK와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30분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에 큰 폭발음이 났다.

폭발물 투척 사건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전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에서 생선 시식 행사 후 보궐선거 지원 연설에 나서려는 순간에 발생했다.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남성이 은색 짧은 쇠파이프처럼 보이는 물건을 던진 후 하얀 연기와 함께 폭발음이 났고, 현장에선 큰 소동이 벌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았으며 해당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져 ‘위력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일본 효고(兵庫)현에 거주하는 기무라 유지(24)다.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NHK에 "20∼30㎝ 정도 길이의 쇠파이프 같은 것이 날아와 기시다 총리로부터 1m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떨어졌다"며 "무엇이 폭발한 것인지 몰랐지만, 만약 그것이 바로 폭발했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지 모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 연설 전 큰 폭발음, 체포되는 남성

▲15일 오전 11시 30분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폭발음을 야기시킨 물체를 던진 남성이 체포되고 있다.(사진=연합)

당시 상황이 담긴 NHK 방송 영상을 보면 용의자는 물체를 던진 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제압됐고, 폭발음은 그 이후에 들렸다.

현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연설회장에는 수백명의 청중이 있었지만, 부상자 관련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경호원들은 기시다 총리를 감싼 채 현장에서 대피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일단 와카야마현 경찰본부에 대기하다가 오후 들어 와카야마시 소재 JR와카야마역 앞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기시다 총리는 약 20분 동안 진행한 가두연설에서 사이카자키 어항 폭발물 투척 사건에 대해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며 "모두 힘을 합해서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의 주역인 여러분의 마음을 선거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와카야마현 지원 유세가 끝난 뒤 지바(千葉)현으로 이동해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일본에선 지난 9일 전반부 통일지방선거에 이어 오는 23일 후반부 통일지방선거와 5개 선거구의 참·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지에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Japan Kishida

▲지난해 7월 8일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전 총리(사진=AP/연합)

이번 사건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해 7월 8일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가 피격당해 숨진 일을 떠올리게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참의원(상원) 선거 지원을 위해 연설하는 도중 통일교와 관련해 아베 전 총리에게 원한을 품은 야마가미 데쓰야에게 총을 맞아 숨졌다.

야마가미는 당시 아베 총리 뒤로 접근해 사제 총을 쐈으며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 야마가미를 제지한 경호원은 없었다.

아베 전 총리의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경찰청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이후 요인 경호 체계를 재점검하면서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기시다 총리 연설회장에서 폭발물이 투척된 것에 대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기간에 이런 폭거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건 용의장의 범행 동기는 폭발물을 던진 정황 등으로 미뤄보면 현직인 기시다 총리를 겨냥한 사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전·현직 총리를 겨냥한 정치 테러가 적지 않게 발생해 왔다.

가장 최근인 작년 7월에는 일본 헌정사상 최장인 8년 8개월간 총리를 지낸 아베 전 총리가 유세 도중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로 패전 후 전범 용의자였다가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는 1960년 7월 사의를 밝히고 후계자로 지명한 인물의 연회장에서 괴한에게 허벅지를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1921년에는 문민 총리인 하라 다카시 당시 총리가 도쿄역에서 나카오카 곤이치라는 청년이 휘두른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또 1936년에는 육군 청년 장교들이 전직 총리인 사이토 마코토 내(內)대신 등 정부 요인을 죽이는 2·26 사건이 발생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