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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 부담이 커지며 월세 전환 수요가 늘었고 전셋값은 낮아지고 있어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3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6조6138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014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해 총 7조5837억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은 올해 더 커지며 올해 1분기(1∼3월) 동안 총 5조3732억원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줄고 있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잔액도 모두 하락하면서 가계대출 잔액도 감소세를 지속했다.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7661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6845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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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이 감소한 이유는 높은 금리에 월세로 전환한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권 전체 전세자금대출은 2조5000억원 감소하면서 2016년 1월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금리가 높아 신규 전세수요가 줄었고 기존 대출을 상환하려는 수요가 있었던 데다, 월세 전환으로 전세 자체의 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은 "결혼을 하면서 전셋집을 구했지만 전세자금대출 이자보다 월세금이 더 낮았다"며 "기존에 모은 돈으로 보증금을 내고 반전세로 집을 계약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세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낮아지면서 역전세난도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5138건 중 67.3%인 3459건이 기존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로 나타났다. 신규 입주 단지도 늘어나면서 전세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로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더 줄어들게 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주(3월 27일~4월 2일) 은행권의 주금공 보증 전세자금대출 상품 금리는 3.41~5.75%에 형성돼 있다. 카카오뱅크가 3.41%로 가장 낮고, Sh수협은행이 5.75%로 가장 높았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기는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언제 본격적인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겠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은은 금리 인하 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해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대출 잔액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714조6748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7512억원 증가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