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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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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토지거래 허가제 폐지 검토할 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9 10:27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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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들어 서울 압구정과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에 강남구와 양천구 등 해당 자치구에서도 서울시에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토지(주택)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급락한데다 주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목동신시가지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이 86건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인 2020년(707건)의 12% 수준으로 급감했고 가격도 최대 6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1월 신속통합기획(주택재개발) 후보지 16곳과 공모추천지 5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었다. 이에 해당 지역 토지소유자들이 강력 반발하며 서울시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재산권 침해 논란은 1980년대 제도도입 당시부터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다 싶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고,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한다.

투기를 방지하고 정상적인 거래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로 1979년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는 도입 당시부터 지나치게 사유재산제도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위헌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1988년과 1992년 두차례 합헌 결정했다. 합헌 결정 근거는 투기적 거래를 방지한다는 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사유재산권 제한이 불가피하고 다른 적절한 방법이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토지거래허가제가 무조건 합헌으로 봐서는 안된다. 1988년 위헌심판에서 5대4로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이 많았지만 위헌결정 정족수인 6명에 못미치며 합헌결정이 이뤄졌다. 1992년 심판에서는 앞선 1988년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별도의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 등에 적용하는 주택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는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 첫째,헌재 판단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다른 제도보다 강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어디까지나 토지거래허가제를 투기방지를 위한 우선적인 제도로서 활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후적 수단으로,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에 둔 해석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풀고,대출을 완화하며,유주택자의 조세 부담을 경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판시 취지에 비춰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반된다.

둘째,헌재 판결례에서의 토지거래허가제도의 범위는 ‘토지’ 거래행위에 대한 것이다. 헌재는 1988년 결정에서 "토지거래허가제는 그 주된 목적이 토지의 투기적 거래 억제에 있다"고 봤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재건축·재개발 등을 예고한 ‘주택’에 이를 적용. ‘주택거래허가’의 목적으로 제도를 운용해 개인의 사유재산권이나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현 시장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정말 필요한 지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고 실수요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 마저 막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투기적 거래를 방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할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그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유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합리적으로 거래여부를 판단해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의 흐름이 되살아 날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제를 풀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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