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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교수 |
‘규모의 경제’란 용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범위의 경제’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 기존 제품을 통해 기존 시장에 침투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고 고객을 유치 및 유지하는 단위당 평균 비용을 절감할 때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범위의 경제는 기업이 현재의 전략적 위치나 역량을 활용하여 새롭게 시장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도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며,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단위당 평균 비용을 줄일 때 만들어진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대체로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다가 고성장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서면 범위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즉,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사업확장 또는 사업 다각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마켓컬리가 기업공개를 철회한 반면 같은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이 주식상장을 추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범위의 경제를 키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비용이 크게 증가되며, 시장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은 매년 늘어나 2021년에는 적자가 2177억원이나 됐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물류센터 투자비용과 인건비 부담 등 운영비용을 키운 것이 적자의 원인이 됐다.
마켓컬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주요 원인은 하락한 기업가치다. 마켓컬리는 2021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만 해도 몸값이 4조원대에 달했지만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추락했다.
마켓컬리의 성장에 대해 시장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마켓컬리는 범위의 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식품 카테고리 위주에서 화장품 판매몰을 오픈하고,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서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으로의 서비스 영역 확장을 통해 범위의 규모를 달성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워 상장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규모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다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페인에서 성공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피자배달 전문점인 텔레피자는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인근 포루투갈에서는 손쉽게 시장진입을 하였으나, 멀리 떨어진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서는 스페인에서 작동이 잘 되었던 중앙집중식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새로운 시장 의 고객니즈와 기대는 달랐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적중했던 제품 및 배달 서비스와 지식을 적용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해외사업은 주춤거리게 되었다. 이에 텔레피자는 해외진출은 포기하고 새로운 레스토랑 컨셉으로 스페인에서 사업확장을 시도했으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사모펀드에 지분이 넘어가게 되었다.
텔레피자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모펀드는 신규 레스토랑 컨셉을 버리고 해외확장을 속도조절 했다. 대신 온라인 유통채널인 텔레세프로 기존 가맹점뿐만 아니라 호텔, 기업체, 타지역에 신선한 피자와 건강 사이드 디시 유통을 확대했는데, 이렇게 조정된 규모의 범위는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온라인 신발전문점인 자포스는 의류 및 액세서리로 범위를 성공적으로 확장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워서 아마존에게 높은 기업가치를 받고 인수되었다. 온라인 신발전문점으로 시작한 한국의 무신사 역시 의류사업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사업의 새로운 성장단계로 진입하였다.
기업이 계속 성장함에 따라 초기 사업의 규모에서 범위 확장으로 전환이라는 두 번째 혁명적 변화의 시기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환기에 리더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할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전략적 복잡성이 증가한다. 비즈니스 전략의 범위가 넓어지면 새로운 조직 단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조직의 복잡성도 증가한다.
과연 마켓컬리는 성공적으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