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28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이슈분석] 국민연금 개혁안 무성…"더 내고 늦게 받기" vs "재정 마련처 확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29 14:11
2023012701001317100060301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국민연금기금 고갈 및 적자 예상 시점이 당초보다 앞당겨지면서 연금개혁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고 예상되는 시점이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최종 연금개혁안이 빠르게 마련되기 위한 조건은 국회 내 여야 협의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와 국민적 합의까지 이룬 개혁안을 빨리 마련해야 최종 방안 수립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연금개혁의 중점은 △연금 납부 기간 △보험료율 변경 △연금 수령 시기 등이다. 정부에서도 이 세 가지 요소를 조정해 연금 재정 고갈과 적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활동이 끝나는 오는 4월까지 이번 재정추계 결과와 민간자문위의 보고안을 바탕으로 연금 개혁 관련 이해 당사자와 일반 국민 대표 의견 수렴 절차를 걸쳐 최종 개혁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다만 개혁 기조를 두고 여야가 서로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은 ‘더 내고 덜 받기’ 방식을 기본방향으로 고려하는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연금 재정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9일 이번 재정추계 결과를 두고 보험료 납부율 인상과 연금기금 마련 구조 개선에 대한 대책을 제안했다.


◇ 연금개혁안, 보험료율 인상 vs 수급 개시 연령 조율 두고 ‘고민’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돈을 낼 가입자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는 노령 인구와 연금수급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연금 재정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경제성장까지 더뎌지고 기금투자 수익률이 크게 오를 요인도 없어 연금 기금의 지속 가능성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재정추위에 따르면 올해 현재 국민연금으로 내야 하는 돈(보험료율)은 9%, 노령연금 수급자가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2.5% 수준이다. 이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40년에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755조원으로 가장 커졌다가 2041년부터 수입·지출이 적자로 전환된다. 국민연금 기금이 아예 바닥이 난다고 전망되는 시점은 2055년이다.

현재 국회 내에서 연금개혁안으로 추진되는 방안은 두 가지다. 보험요율을 높이는 방법과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이다. 연금비용을 ‘더 낼 것이냐’ 혹은 연금을 ‘더 늦게 받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는 이달 초 연금특위에 ‘연금개혁 방향과 과제’를 보고하면서 보험료율(현재 9%)을 올리자는 안과 소득대체율(2028년 40%)을 높이고 그에 맞게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안을 병렬로 제시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역시 2018년 12월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네 가지 복수안을 제시했다. 이 중 두 가지는 보험료율 인상을 담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놓고는 올해 만 63세에서 67세까지 늦추는 방향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지게 설계돼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면 현재 59세인 의무가입 상한 연령도 미뤄질 전망이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는 이달 초 "(위원들 사이에서)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 또는 더 이후로 늦춰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퇴직 후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나이까지 ‘소득절벽’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년 연장, 노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노후 일자리 대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연금개혁 방식에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 내고 덜 받기’ 방식을 기본 방향으로 내세웠다. 국민연금 제도가 출범한 1988년 이후 기대수명은 13세 이상 늘었지만 수급개시연령은 고작 5세 높아지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가입자 1명이 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제도 출범 당시에 비해 8년 이상 늘면서 재정 부담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은 ‘연금 재정 마련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더 내고 덜 받기’ 개혁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기조로 개혁안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tth.jpg


◇ "세대 간 갈등 해소·재정 지속가능성 유지 위해 보험료율 높여야"


현재 연금특위 등 정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방안은 보험료 납부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재정 추계에 따르면 개인이 내야 하는 보험료를 많이 올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안에 15%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세대 간 엄청난 갈등이 발생하고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난관에 달한다"며 "어렵다고 자꾸 지체하고 지연하면 더 큰 부담이 돌아오니 연금 재정에 대한 현실을 국민에게 잘 알리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비교해보면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가장 심하다. OECD 국가 가운데 노인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할 출생률은 제일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2020년 10년간 한국의 고령화 속도(4.4%)가 OECD평균(2.6%)의 약 2배 가까이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4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7.4%를 차지해 OECD 국가중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될 전망이다. 합계출산율도 1970년 4.5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연평균 3.1%씩 감소해 OECD 37개국 중 저출산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윤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지금의 MZ세대들이 사망할 때까지(약 2070년도부터 2093년 말) 이들에게 연금을 수급하고자 2025년에 당장 보험료를 올린다고 가정한다면 지금보다 두 배인 18% 이상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면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연급 수급 상황에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지고 국가 재정에도 지속가능성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 25년 동안 우리는 보험료를 단 1%도 올리지 못했다"며 "1968년부터 1974년생들이 퇴직하기 전인 10년 안에 보험료를 15% 올려야 세대 간 부담을 줄이고 어느 정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금 재정 마련, 단순 근로소득·추계 넘어선 경제 구조 개선해야"


연금 재정을 마련할 때 단순히 숫자로 이뤄진 산식만 따져볼 게 아니라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연금제도를 개혁하려면 단순히 추계 상황으로 조율할 게 아니라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가 연금 재정을 마련하는 수단은 근로소득"이라며 "근로소득에서만 연금 재정을 마련하다 보면 지속가능성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로소득 외에 발생하는 소득에도 연금 급여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시키면 된다"며 "소득세 등 비용 부담 주체 범위를 넓혀서 분산 폭을 넓혀야 한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이번 5차 연금 재정 추계안은 보험료 부과 대상과 소득 부과 대상 소득이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라며 "인구구조는 악화됐지만 연금 부담 총액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5차 연금 재정 추계안을 살펴보면 오는 2080년 부과방식이용률은 34.9%까지 오른다. 같은 시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 지출 비중은 9.4%로 이는 지난 4차 재정 추계와 변함이 없다.

남 교수는 "지난 4차 추계안에서 2080년 부과방식 이용률이 29.5%였다가 이번 추계안에서 34.9%까지 오른 이유는 바로 보험료 부과기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과 방식 비용률이나 기금 소진에 대한 숫자만 보고 너무 불안에 떨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며 "근로소득에서만 연금 재정을 생각할 게 아니라 GDP 전체를 파악해서 다같이 돈을 내고 노인들도 지금보다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의 근로 시간을 줄이고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가 일자리를 나눌 수 있게 경제 구조를 짜야 한다"며 "연금을 지급할 때 수령자가 다시 사용하면서 그 소비가 국내 경제로 유입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claudia@ekn.kr·ys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