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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형일 11번가 대표(왼쪽)와 신임 대표로 내정된 안정은 11번가 COO.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11번가가 최근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기존 하형일 대표이사와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해 이커머스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11번가는 ‘안-이 투톱 CEO 체제’ 전환을 계기로 ‘사업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쌍끌이 기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어서 과연 현재의 실적 부진과 IPO(기업상장) 지연 문제를 내년에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지가 업계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최근 안정은 CO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기존 하형일 대표와 각자대표 투톱 경영체제로 마무리되는대로 향후 별도의 조직 개편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신임대표에 오른 안 COO는 11번가의 첫 여성 CEO이다.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e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이다.
11번가에는 지난 2018년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해 이후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해 왔다. 아마존과 협업해 선보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독보적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연간 500만 건의 동영상이 리뷰로 쌓이는 ‘꾹꾹’ 서비스까지 그동안 11번가가 선보인 주요 서비스는 모두 안 내정자의 손을 거쳤다.
특히, 라이브11(LIVE 11)은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이어가는 라이브방송의 특성 상 시청자들의 참여를 이끄는 예능 요소를 결합해 e커머스 라이브 방송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오전 9시 진행된 ‘삼성 갤럭시 비스포크 에디션’ 라이브방송은 시청 수 240만을 기록하며 기존 기록(163만)을 뛰어 넘었다. 11번가는 ‘그랜드 십일절’ 11일 간, 총 140회의 라이브방송을 진행해 총 4950만에 달하는 누적 시청 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시청 수 50만을 넘긴 방송도 37회로 지난해(17회)보다 대폭 늘어났다.
11번가는 안 내정자의 사업 능력을 인정해 이번에 신임대표로 기용해 기존 하형일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에 ‘안-하 투톱체제’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내년 상장’ 이슈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뒤 5000억원의 자금유치 과정에서 ‘5년내 상장을’ 약정했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부터 기업가치 2조7000억원을 인정받고 오는 2023년까지 상장을 마무리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경기 불안정이 가중되면서 11번가에 우호적이었던 국내 자금시장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국내증시 환경 악화로 IPO 준비 기업들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 중반~2조원 초반대로 보면서 2018년과 비교해 크게 하향돼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11번가의 실적도 수익성 측면에선 아직 부진하다. 지난 3분기 매출이 189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481억 원 늘었고, 영업손실도 3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6억원이나 줄었지만 여전히 11번가의 전체 실적은 저조하다.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액이 107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영업손실(694억원)을 넘어섰다.
11번가는 각자대표 체체 전환으로 앞서 영입한 투자전략 전문가 출신 하형일 사장이 다양한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11번가의 기업가치 키우기에 전념하는 한편, 안 내정자는 사업 전반의 성과와 차별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체제 전환은 사업과 가업가치를 동시에 성장시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성장에 기반한 기업 가치 증대 가속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pr9028@ekn.kr